금융공기업 직무급제, 또 다른 분란의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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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직무급제, 또 다른 분란의 불씨?
  • 전은정 기자 eunsjr@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6월 20일 0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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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가치 차등한 임금 적용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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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전은정 기자]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했던 성과연봉제가 결국 폐지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성과연봉제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직무급제'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성과연봉제 폐지…노사 자율 추진 지원

정부는 지난 1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관련 후속조치 방안'을 의결했다.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보수체계를 합리화해 노사의 자율적인 추진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권고안의 이행 기간을 없애고 각 기관이 기관별 특성과 여건을 반영해 시행방안과 시기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기한 내 도입하지 않을 경우 적용키로 한 2017년 총인건비 동결 등 페널티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등 7개 금융공기업은 조만간 이사회를 개최하고 취업규칙 재개정 여부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금융공기업은 노조의 반발을 뒤로 한 채 이사회 의결이라는 우회로를 거쳐 도입을 강행한 바 있다.

또 이미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예금보험공사와 주택금융공사도 논의를 다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보 노동조합은 전임 노조위원장이 독단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에 합의했다며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주금공 노조 역시 노사합의 전으로 돌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 직무급제, 성과연봉제 대안 될까

성과연봉제 폐지가 결정되면서 직무급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직무급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성과연봉제를 대신할 임금체계로 제시한 것. 업무 성격이나 난이도, 직무 책임성 등에 따라 급여에 차등을 둔다.

정부는 직무급제 도입에 긍정적이다. 이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에 공공 기관별 특성을 고려한 직무급제 도입과 관련된 연구용역을 맡겼다. 금융공기업들은 노조와 새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급제 전환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직무급제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직무에 따른 가치를 따지기 쉽지 않을뿐더러 어떤 기준으로 임금을 차등할 것인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은행은 상품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사후관리나 리스크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조직"이라며 "은행 창구 직원을 예로 들면 창구에서 기업 여신을 하는 직원이 상품 사후관리를 하거나 ATM을 담당하는 직원보다 성과가 높다는 이유로 가치 있는 직무를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역시 직무급제 도입에 부정적이다. 금융노조는 직무급제가 성과연봉제보다 더 갈등을 심화시킬 소지가 높은 임금체계라고 평가했다. 또 은행은 증권이나 보험업 대비 고객응대나 대금 회수 등 팀워크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일이 많아 직무에 따라 직원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융공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공공성에 기여하면서도 방만한 운영을 줄일 수 있는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호봉제를 받던 금융권 종사자들은 성과나 직무에 따른 임금체계를 환영하지 않고 있다"며 "하나의 임금체계를 고집하는 것 보다는 성과와 직무 역량, 근속기간 등을 두루 고려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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