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브리스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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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브리스베인
 
 

            


구름 한점없이 맑은 햇빛을 보는게 얼마만이었던가. 아마 달포는 지났지 싶다. 연중 300일 이상을 맑은 햇빛아래 골프, 바다낚시등 각종 여가를 즐길수 있는 세계적인 명소,브리스베인의 날씨가  Global Warming(지구 온난화)니 세계기후변화니 하는 것 때문에 많이도 변한 것 같다.

 

지난 15년을 가뭄에 시달려온 퀸스랜드(Queensland) 주가 지금은 물난리로 그야말로 난리를 치르고 있다. 가뭄이 계속되면서 야산이나 숲속에 은거하던 호주의 상징 캉가루가 가뭄으로 말라버린 숲을 떠나 먹을 것을 찾아 민가를 습격하는 사건도 생겼었다. 마치 한국에서 야생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농촌마을을 뒤집어 놓는것 같은 일이 여기서도 일어 난 것이다.

 

가뭄 덕분에 아시아를 비롯한 비영어권에서 유학 온 학생들도 고난을 겪었다. 물 부족으로 인한 주정부의 "Water Restriction policy" 때문이다. 정원의 나무나 잔디에 수돗물을 뿌리는 것은 물론 호스로 세차를 해서도 안되고 집에서 하는 샤워도 엄격하게 시간 제한을 둔 것이다. 밖에서나 집에서나 목욕탕에서 실컫 물을 퍼붓고 몸을 담그는 버릇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 유학생들에게는 3분안에 샤워를 끝내라는 Homestay Home (호주식 하숙집) 주인들의 요구는 고문이나 다름 없다. 해외연수를 온 것이 아니라 군대 입대한 것 같다는 한국 유학생들의 얘기도 들려오곤 했다.

 

그러던 브리스베인의 날씨가 천지개벽을 한 것같이 한달 전부터  비가 시작되더니 하늘에 구멍이 난것처럼 그칠 줄을 몰랐다. 한국은 여름장마 중에도 가끔씩 반짝 햇살이 나기도  하건만 이번에는 달포가량을 구름만 잔득 낀채 비가 그쳤다 내리다를 반복하더니 중서부 퀸스랜드의 농촌과 도시지역 여러곳이 물에 잠겨버렸다. 내륙쪽으로는 강줄기들이 연이어져 있는 지형이어서 한곳이 침수되면 비가 그치지 않으면 불어난 강줄기를 타고 이웃한 마을들을 모두 침수시켜 버리는 현상이 빗어진 것이다. 브리스베인을 비롯, 인근의 세계적인 관광지인 골드코스트(Gold Coast)와 션샤인 코스트(Sunshine Coast)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댐들이 바닥을 드러내 정부가 법령으로 물사용을 극히 제한해 왔던 것인데 이제는 모든 댐들이 100% 차버리고 오히려 방류를 해야 할 형편이다.

 

그런데도 10년이사 가뭄을 겪은 탓에 어제 정부발표에 따르면 아직 물 사용제한조치를 해제할 계획이 없단다. 당연한 생각인 것 같다. 그 동안에 아직도 이나라 기간산업인 농업이나 목축업종사자들이 물부족으로 겪은 고초를 생각하면 지금의 홍수사태로도 충분치 않은 것 같다. Global Warming 으로 인하여 북극의 빙하가 녹아 내리는 사태 하에서 언제 또 기나긴 가뭄이 되풀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연일 내리는 비 때문에 30도를 오르내리던 한여름의 더위를 한달이상 시원하게 보낼 수 있어 좋았고 최소한 일주일에 두번 정해진 시간에 정원에 물도주고 세차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브리스베인은 이번에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리기 전 가뭄 극복 대책의 일환으로 집집마다(한국과 달리 대부분이 개인 주택이다) Rain Water Tank 를 설치해 놓고 빗물을 받아 샤워용이나 정원 잔디용 등 식수 외에는 이 빗물을 사용한다. 빗물탱크를 설치하는 집은 정부에서 그 비용을 부담해 주기 때문에 집이 좀 크거나 정원이 넓은 집은 빗물 탱크를 두개씩 설치 해 놓은 집도 있다. 국민 개개인도 어떤 어려움이 닥치면 누가 말 안 해도 스스로 아끼고 절약하며 묵묵히 위기를 넘기는 자세가 몸에 베어 있어 이런 점들은 좀 배워야 하지 않을까 반성도 해 본다.

 

이번 물사태를 겪으면서 느끼는 것은 호주 연방정부나 각 주정부들이  국민들에게서 거둬들인 세금을 낭비 없이 그대로 국민복지에 쓰려고 노력하는 자세다. 조금이라도  유효 적절하게 세금을 사용함으로써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실생활에 편리함을 누릴수 있도록 해 준다. 한국정부도 국민세금을 낡은 선거공약이나 선심성 개발사업등에 낭비하지 말고  개개인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곳에 좀 더 많은 투자와 배려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나라 어느지역 국민이나 세금내고 정부가 집행하는 피드백은 다를게 없는것같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민초들을 위한 배려와 정책을 펼치는가에 따라 국가의 품위가 현격하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강명효.  호주 브리스베인 거주,  전 퀸스랜드 주정부 한국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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