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썩은' 화장품 팔다가 된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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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썩은' 화장품 팔다가 된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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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산 재고품 포장만 바꿔… 이미지 쇄신 헛구호

"당신 같으면 얼굴에 '썩은' 화장품을 바를 수 있겠나?"

 

애경그룹의 도덕성이 곤두박질 쳤다.  

 

계열사 애경산업이 유통기한 만료 등의 이유로 반품된 자사 화장품을 새로 만든 제품인 것처럼 위장, 재판매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난 탓이다.

 

내부고발자에 의해 이번 사건이 밝혀졌다는 점에서 추가적 '폭로'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초부터 그룹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미지 개선작업'에 찬물을 제대로 뿌린 셈이다.

 

애경산업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애경산업의 숨통을 조여오는 악재들 

 

최근 식약청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지난 2007'비엔에프(B&F)', '포인트', '엠시(MC)', '셀퓨어' 등 반품된 자사화장품 18종을 새로 생산한 제품인 것처럼 포장지만 바꿔 판매했다.

 

재활용된 제품의 종류는 스킨, 로션, 파운데이션, 클렌징크림,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등 기초제품을 비롯해 색조, 클렌징 제품에까지 광범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앞서 언급한 문제 제품들이 이미 시장에서 대부분 소진됐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다시 말해, 피부트러블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썩은' 화장품이 소비자들의 얼굴에 그대로 사용됐다는 얘기다.      

 

때문에 식약청이 애경산업에 내린 '철퇴' (판매업무정지 3개월, 화장품법 위반)와 별개로 소비자들의 집단소송 가능성도 업계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애경산업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부고발자 A씨에 의해 이번 사건이 불거졌다는데 특히 신경이 쓰인다.

 

A씨의 '입단속'에 실패할 경우 예상치 못했던 사내 '치부'가 만천하에 공개될 수 있다. 매출액 하락은 물론이거니와 회사의 존립까지 위협하는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고민은 또 있다.

 

애경그룹은 '생활용품 생산 전문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 종합그룹으로 도약하고자 지난해 3 애경백화점·삼성플라자·삼성몰로 이뤄져 있던 유통 부문 브랜드이미지를 'AK'(백화점·삼성플라자는 AK플라자, 삼성몰은 AK)로 통합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된 비용과 시간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룹 차원에서 공들이고 있는 '이미지 개선'작업을 애경산업이 '한 방'에 무위로 돌렸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애경산업의 숨통을 안팎에서 조이는 형국이다.  

 

업체 측은 긴 한숨 뿐

 

애경산업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일정부분 감지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07년에 진행된 일이라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면서도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된 제품은 모두 단종된 것들로 길게는 5년 전 이미 단종됐다""소규모의 화장품 판매점 등에는 (문제의 제품이)남아 있을지도 몰라 긴급수거에 들어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피부 트러블 등 소비자 피해 가능성에 대해 그는 "(2007) 당시의 문제를 현재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소비자는 애경산업 관계자들을 직접 겨냥 "당신 얼굴에 썩은 화장품을 바를 수 있겠느냐""기업의 도덕성이 추락하다 못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고 격분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브랜드이미지(BI)'AK'로 바꾸면서 재도약을 꿈꾸던 애경에게 이번 사건은 치명타가 될 것"이라며 "문제를 숨기기에 급급하기 보다 빠른 후속조치로 대응하는 것이 상처를 회복시키는 지름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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