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법안'에 '제2 봉평터널 참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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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법안'에 '제2 봉평터널 참사' 우려
  • 강승만 기자 eco@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12월 20일 0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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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자동제동장치, 기존 차량 탑재 사실상 불가능...내년초 시행도 어렵다
   
 

[컨슈머타임스 강승만 기자] #. 지난 7월 17일 강원 평창군 봉평면 봉평 터널 입구는 휴일 귀경차량이 몰려 서행 중이었다. 방모(57) 씨가 운전하던 관광버스 한 대가 시속 91㎞로 앞서 운행하는 K5 승용차 등 차량 4대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경찰은 운전기사가 당시 졸음 운전 중이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이 사고로 20대 여성 4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38명이 다쳤다.

지난 8월 14일에는 전남 여수시 자동차전용도로 마래터널에서 트레일러 운전자 유모(53) 씨가 14중 추돌사고를 내 1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달 6일에는 4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친 '경부고속도로 산악회 버스사고'가 발생했다.

봉평터널 참사 후 국토교통부가 사고예방을 위해 내년부터 대형·특수차량에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차로이탈경고장치(LDWS)와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등 장착을 의무화하기로 했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안 통과가 안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정책 미비로 15만대가 넘는 기존차량은 AEBS 장착에서 제외돼 부실 추진 논란이 불가피하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국토부령)'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시작하기로 사업의 법안 통과가 좌초하면서 정부는 예산 책정도 하지 못한 상태다. 관련 사업 예산은 15만대 750억원(대당 50만원)이다. 이중 국비는 40% 300억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첨단안전장치 법안 발의 관련 현재 국회 심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사업 추진)일정은 확정이 안된 상태"라며 "올해 (법안이) 통과돼도 시행 전에 예산확보가 필요하고 하위법령도 손봐야 하기 때문에 바로 시행은 힘들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7월 27일 '사업용 차량 교통안전 강화대책'에서 내년 1월부터 새로 출시되는 대형 승합차와 화물차에 첨단운전보조장치인 AEBS, LDWS, 전방충돌경고시스템(FCWS) 등 장착을 의무화기로 했다.

AEBS는 차량이 위험을 감지했으나 운전자의 브레이크 조작이 늦거나 없는 경우 차량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한다. LDWS는 차량이 방향지시등 조작 없이 차선을 벗어나는 경우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시스템이다. FCWS은 주행 중 전방에 장애물을 감지하는 경우 운전자에게 추돌 위험을 경고하는 장치다.

의무 장착 대상은 차체 길이 11미터를 초과하는 승합자동차와 총중량 20톤 이상인 화물·특수자동차다. 운송업계에서는 해당 첨단 옵션비용(450∼500만원)을 정부가 해결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올해 안에 일부 차량에 안전 주행 옵션 장치를 시범운영 하기로 한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지난 8월 국토부는 연내 공제조합 측 자금 50억원으로 차량 1만5000대에 안전 주행 옵션 장치를 달기로 발표했다. 내년에는 정부 예산으로 나머지 13만5000대에 장치를 모두 장착할 계획이었다.

시범사업은 9월 시행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11월 말에야 신청이 이뤄졌다. 5000대를 신청받은 '화물복지재단' 등은 한정된 예산으로 '본인부담'을 전제했다.

시범사업 대상인 전세버스공제조합 등은 지난 22일에야 '전세버스 첨단안전장비 제작 설치 입찰'공고를 냈다. 장착수량은 전세버스 전업체당 1대(총 1600대)였다.

내년부터 대형차량 신차출고 시 의무탑재를 예고한 AEBS는 더 문제다.

신차 출고시 AEBS 옵션 가격이 180만~200만원 드는데 국토부는 지원 예산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정부는 사실상 개인과 사업자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AEBS장착은 기존 차량대상 시범사업에서도 제외됐다.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다.

국토부 관계자는 "AEBS는 기존 차량에 탑재하려면 개조에 3000만원 이상 들고 그나마도 유로6 엔진 차량에만 탑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둘러 대형 차량 사고 예방 정책을 발표했지만 15만대가 넘는 기존 차량이 비상제동장치 없이 도로를 운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용차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당장 내년에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신차에 해당 옵션을 적용할 수 있다"며 "관련 예산만 확보된다면 의무화 범위를 넓히고 옵션 비용 지원 등 정부 지원을 늘리는 것이 차량 사고를 예방하는 데 가장 좋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모든 대형차에 첨단 안전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앞으로 2022년까지 모든 차량에 AEBS를 의무 장착하기로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합의했다. 유럽도 지난해부터 신규 등록 차량의 긴급제동장치 장착을 의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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