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눈에 비교 힘든 은행 수수료…소비자는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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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눈에 비교 힘든 은행 수수료…소비자는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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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주거래은행을 바꾸기로 결심한 김 모씨. 은행별 상품·서비스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직장 근처 은행을 중심으로 수수료를 비교해보기로 했다.

전국은행연합회 사이트에 들어가, 가장 많이 쓰는 자동화기기(ATM) 인출 수수료를 비교해본 김 씨.

정보를 살펴본 그는 직장과 가까운 A은행과 거래하기로 결정했다. 이 은행 ATM을 이용할 경우 영업시간 이후에 인출할 때 5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점을 감안했다. 직장 근처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그는 직장 주변 B은행이 영업시간 이후 10만원 이하로 인출할 경우 수수료가 250원 밖에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A은행은 3만원 이하로만 250원, 그 보다 큰 금액은 500원을 받았다. 은행연 사이트에는 500원이라고만 표기돼 있어 확인할 수 없었던 정보였다.

2월 현재 소비자가 국내 은행들의 수수료를 간편하게 비교할 경우 겪을 수 있는 일 중 하나다.

만약 김 씨가 '손품(?)'을 열심히 팔았다면 정확한 수수료 금액을 알아냈을 수도 있다. 각 은행들 페이지를 여러 개 띄워, 고객센터-자료실-상품공시실-수수료안내 등을 거쳐 면밀히 비교·분석하면 가능한 일이다. 아니면 일일이 전화를 돌려 정확한 금액을 물어보는 것도 가능은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금세 포기하고, 적당한 은행과의 거래를 결정하게 된다.

물론 은행연은 '해당 정보는 개략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참고로 제공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달아놓긴 했다.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쓸모 없는' 정보다.

최근 '보험다모아', '금융상품한눈에' 등 통합비교공시 사이트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소비자가 금융기관 추천 등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금융상품을 한눈에 보고 비교·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소비자 권리 제고를 위해 이 같은 추세는 전 금융권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금융상품 가운데 특히 보험상품 같은 경우에는 일대일 비교가 어렵다. 보장 범위, 기간, 대상 등이 복잡한 상품이 많아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교가 간편한 자동차·저축보험 등부터 비교공시가 실시되고 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보험상품과 같은 경우가 아니고서야 비교공시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점을 눈치챌 수 있다. 은행 수수료 등이 대표적인 예다.

디테일이 떨어지는 수수료 정보를 제공하는 은행연만 비난하기엔 무리가 있다. 해당 정보는 각 은행 담당자들이 직접 등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이유다.

개별 은행들이 각각의 은행 홈페이지에서 수수료 정보를 찾아보기 어렵게 해둔 것도 찜찜한 부분이다. 예금, 펀드, 대출 등의 상품 안내는 큼직하게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해두고 수수료와 같은 '자잘한' 정보 따위는 '꽁꽁' 숨겨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든 구조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을 얻기 힘들어지고 있다. 수수료와 같은 다른 먹거리를 통해 이익창출을 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달 말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이 은행 수수료가 너무 낮다며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 은행별 정확한 수수료 비교가 더욱 절실해지는 상황이다. ATM에서 돈을 빼는 일이 은행 간 크게 차이가 있는 서비스도 아니기 때문에 더 그렇다.

편의를 위해 수수료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해당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은행연이나, 이 정보를 직접 제공하는 은행들이 얼마나 성의 있게 업무를 처리하는지는 의문이다.

사소한 일이다. 별 것 아닌 서비스지만, 한 푼이라도 아껴보고자 하는 소비자에겐 더할 것 없이 소중한 정보다.

실생활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공개하는 것. 정부와 금융기관 모두가 고민해야 할 부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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