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네이버 '캠프모바일'은 '일베' 회사인가
상태바
[기자수첩] 네이버 '캠프모바일'은 '일베' 회사인가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02월 22일 07시 48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키 180cm 이하의 남자는 루저'라는 발언이 논란이 됐던 2009년 무렵, 키 작은 아들을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는 한 어머니의 일화를 접했었다. 

당시 어머니가 느꼈을 속상함과 미안함이 안타까워 7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사례다. 

외모에 대한 평가나 비난이 당사자에게 어떤 크기의 상처로 가 닿는지는 이토록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타인의 외모를 논할 때 그것이 설령 칭찬이나 유머나 친밀한 농담이라 할지라도 각별히 말을 정제해야 하는 이유다.

케케묵은 얘기를 새삼 꺼낸 것은 여성 외모에 대한 혐오적·공격적·비하적 시각을 담고 있는 '스노우캠' 광고 때문이다. 

스노우캠은 네이버의 자회사 '캠프모바일'이 제공하는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이다. 

비난을 퍼붓기 이전에, 이 광고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승인한 캠프모바일 관계자들이 일말의 미안함과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광고는 이렇다. 

"피부가 정말 좋고 예쁜 여학생이 있다."

한 남학생이 들뜬 기색으로 친구를 이끌고 여학생의 교실을 찾는다. 정작 교실에서 여학생을 마주한 이들은 "아오, 씨X"이라는 욕설을 내뱉고 음료를 토하는 등 모멸감을 안긴다.

아마도 기대했던 외모가 아니어서일 것이다.

심지어 한 남학생은 여학생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린다. 이들은 사진 보정 기능이 있는 '스노우캠'이 깔린 스마트폰을 두고 자리를 떠난다.

뺨을 맞고 쓰러졌던 여학생은 '스노우캠'을 통해 '미녀'로 변신한다.

광고는 'X같은 피부도 예쁘게'라는 멘트로 마무리된다. 비속어는 '삐-' 처리 없이 광고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 광고에서 남학생들이 여학생을 대하는 태도는 결코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아니다. 심지어 가축을 대할 때도 외모를 이유로 생명을 핍박하는 것은 비인도적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여자는 사람의 반열에도 들지 못한다. 따라서 예쁘지 않은 여자는 때려도 된다'는 생각이 광고에서 읽힌다. 

캠프모바일은 젊은 IT기업의 상징과도 같은 네이버의 자회사다. 네이버 전략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쯤 되면 아무것도 모르는 소기업의 '불장난' 정도로 치부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황당한 것은 최종 결정권자인 캠프모바일 대표가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꾸려 가는 21세기 회사에서 이런 광고가 탄생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기자 개인의 분노나 비약이 아니다.

스노우캠 앱을 내려 받을 수 있는 구글 앱스토어에 남겨진 소비자들의 '육성'을 옮겨본다.

'못 생기면 때려도 된다는 게 정상적인 사람 논리인지', '여성이 주 이용자인 앱에서 여성 혐오 광고를 하는 멍청한 현장' 등의 비난은 차라리 평범한 수준이다.

'광고를 보면 이 나라 의식수준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는 탄식, '광고 수준이 너희 수준'이라는 성토의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X같다'는 표현을 광고 제작자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등의 격앙된 표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더욱 걱정되는 부분은 이 광고가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기 학생들이 광고를 보고 '예쁘지 않은 여자는 맞아도 된다'는 인식을 학습할까 두렵다.

혹여 사춘기 여드름 피부나 가꾸지 못한 외모에 주눅들어 있던 소녀들이 스스로를 더욱 부끄럽게 여기고 위축될까 우려된다.

그들의 자존감을 캠프모바일이 짓밟을 권리는 없다. 

일간베스트저장소, 일명 '일베'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여성 혐오적 단어가 '삼일한'이다. '여자는 3일에 한번씩 때려야 한다'는 뜻이다.

일베의 관점에서 기획되고 만들어진 광고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시작된 시점부터 광고가 최종 공개된 시점까지 머리를 맞댄 직원들 중 '정상적' 사고를 가진 지성인은 단 1명도 없었을까 의문이다.

논란이 되자 슬그머니 광고를 삭제한 뒤 어떤 공식 사과나 입장표명도 없는 캠프모바일의 진심 어린 반성문을 소비자들은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참고로 네이버는 자회사 캠프모바일을 키우기 위해 2013년과 2014년 각각 400억원씩 총 800억원을 투입했다. 지난달 28일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캠프모바일에 추가로 5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자신들이 투자한 돈이 '범죄' 수준의 광고를 만드는데 쓰였다는 점을 부디 상기하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