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들 CD금리 담합 4조 '꿀꺽' 양심까지 삼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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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들 CD금리 담합 4조 '꿀꺽' 양심까지 삼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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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A중국집의 자장면 가격은 5만원이다. B중국집도 그렇다. C중국집도 마찬가지다.

원래는 5000원이었지만 다같이 5만원에 팔기로 약속을 했다.

시장경제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러한 담합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과징금에다 형사 처벌도 받을 수 있는 중대 범죄다.

시중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정에 입을 맞췄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0년부터 2012년 6월까지 2년 반 동안 총 4조1000억원에 달하는 부당 이익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CD(Certificate of Deposit). 주인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은 예금통장을 말한다. 양도가 자유로워 현금화하기 편하다. 은행이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3개월 만기로 발행한다. 증권사 등의 중개를 통해 사고 팔린다. CD금리는 가계나 기업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이 금리를 시세와 달리 내리지 않으면서 은행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이 금리를 바탕으로 판매한 대출로 얻은 초과 '부당수익'이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피해액으로 남는다.

비영리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금소원)은 은행들이 CD금리 담합을 통해 4조 이상의 대출이자 수익을 더 거둬들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거는 국고채, 통화안정증권 등 금리가 해당 기간 떨어질 동안 CD금리는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됐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500만명 가량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소원은 지난 2012년부터 이 같은 문제제기를 꾸준히 이어왔다. 미적거리며 조사를 미루던 공정거래위원회는 3년7개월 만에 은행들의 혐의를 인정했다. 지난 15일 제재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CD금리를 담합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반박자료를 냈다. 관련 조사에 대해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는 뜻을 밝혔다. 당당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행정 지도에 따랐을 뿐이라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반면 당국에서는 당시 발행규모에 대해 지도한 적은 있지만 금리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없고, 그런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자들과 함께 관련 소송준비를 진행 중인 금소원 측은 승소를 자신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승소한다 해도 피해 소비자에게 온전한 규모로 피해구제나 배상이 돌아갈 것이라고 선뜻 예단하기 어렵다.

대신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담합 판정을 가정해도 은행별 예상 손실추정액이 600~1800억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주들의 소송과 관련해서도 그리 큰 금액이 나가진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포인트는, 해당 사건이 돈의 문제를 넘어선지 이미 오래라는 것이다. 신뢰의 문제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국가기관의 객관적 자료를 눈앞에 두고도 변명하기 급급한 모습에 소비자들의 마음은 차갑게 돌아섰다.

저금리 기조에도 지난해 각각 1조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너끈히 달성했던 은행들. 혹여 소비자 없이, 소비자와의 신뢰 없이도 과거와 같은 영광이 지속될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아마 착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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