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영돈은 안 되는데 김주하는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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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영돈은 안 되는데 김주하는 괜찮은가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02월 01일 0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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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김주하 MBN 앵커가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 모델로 발탁됐다. 현직 앵커로서는 흔치 않은 길을 선택한 셈이다.

개인으로선 영광스러운 도전일 수 있겠다. 하지만 '남들이 안 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함정'을 김주하 앵커 역시 잘 알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여성앵커는 연예인과 비견할만한 미모에 지성까지 갖춘,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자리다. 비슷한 제의를 받은 사람이 없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그 동안 누구 하나 상업광고의 '얼굴'로 선뜻 나서지 않은 것은 최소한 그들이 대중의 눈을 의식하고 두려워하는 양식(良識)을 가졌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언론인이 지켜야 할 덕목이 어디 한 두 개일까 만은 그 중 가장 최후까지 놓쳐선 안 되는 것이 '공정성'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불과 얼마 전 대표의 원정 도박 파문으로 시끄러웠다.

만약 김주하 앵커가 이런 류의 뉴스를 보도해야 할 때 그 마음이 단 1%도 회사 측에 온정적으로 기울지 않을 수 있을까 묻고 싶다.

개인적인 친분이 조금만 있어도 비판의 잣대를 들이밀기 어려운 게 인지상정이다.

하물며 그 회사의 녹(祿)을 먹고 있는 처지라면 사실 앞에 완전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더불어 그가 네이처리퍼블릭의 광고모델임을 알고 뉴스를 시청하는 소비자들 역시 꺼림칙하고 불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김 앵커가 MBN의 '입'인지 네이처리퍼블릭의 '입'인지 혼선을 빚을 수 밖에 없어서다.

언론인이라는 명함을 갖게 되면 개인의 훌륭함과는 무관하게 그는 일반보다 공정하고 신뢰할만한 사람일 것이라는 사회적 평가와 기대치가 주어진다.

노력으로 얻어낸 것이라기 보다 직위에 따라오는 특권이자 그만큼 무거운 책임이다. 사실상 언론인의 말과 글을 소비하는 대중이 쥐어준 힘이다.

때문에 그들의 진실성은 물질과 '등가교환'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소비자들의 생각이다.

이영돈 PD가 롯데푸드 '파스퇴르' 광고 모델로 나섰다 뭇매를 맞은 사건에서 이 같은 대중의 인식을 우리는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 이영돈 PD가 자신이 만든 시사고발 프로를 통해 유제품 문제를 건드린 직후 광고가 전파를 타면서 여론을 더욱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 

당시 롯데푸드는 비난에 밀려 광고 중단, 계약 해지를 논하기에 이르렀고 이영돈 PD는 광고료 전액 기부 의사를 밝혔다. 

네이처리퍼블릭도 김주하 앵커도 앞선 사건에서 얻은 교훈이 없는 것 같다. 

김 앵커는 현재 MBN의 간판이자 '최초의 메인뉴스 단독 여성앵커'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모델 선정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김 앵커 특유의 카리스마와 프로페셔널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라인의 신뢰감을 제고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이 김 앵커에게 모델료를 지불하고 '구입'한 것은 결국 제품 신뢰도를 좌우할만한 '언론인으로서의 영향력'이다. 

바꿔 말하면 김주하 앵커는 자신의 가장 큰 직업적 자산을 영리 목적으로 특정 기업에 팔아버린 셈이다.

이제 MBN 뉴스의 신뢰도는 결코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보도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이미 쓴소리를 던졌다. 

뉴스는 공익을 말하고 광고는 사익을 대변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둘은 정면 배치된다. 이들 사이에 공통분모는 없다. 두 가지를 모두 대표할 수 있다는 건 오판이라는 지적이다. 

시청자가 부여한 믿음을 상업성과 바꿨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참고로 JTBC는 이영돈 PD의 광고 출연이 물의를 빚자 그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모두 폐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MBN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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