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 닫는' 롯데면세점, 씁쓸한 디자인 어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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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 닫는' 롯데면세점, 씁쓸한 디자인 어워드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01월 26일 0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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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보란 듯이' 자료를 내놓은 '숨은 뜻'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이렇게 잘했는데 왜…" 원망과 아쉬움이 행간마다 읽힌다.

폐업을 앞둔 롯데면세점 얘기다.

우리 정부는 "문 닫으라" 했는데 해외에서는 "참 잘 만들었다" 란다. 아이러니다. '글로벌' 좋아하는 '높으신 분들' 어떤 생각 들었을지 살짝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롯데면세점 잠실 월드타워점은 미국 유력 디자인상인 '2015 굿 디자인 어워드'(Good Design Awards)의 '쇼핑환경 디자인' 부문에 뽑혔다.  

미국 시카고 아테네움 건축 디자인 박물관과 유럽 건축·예술·디자인·도시 연구센터가 협력해 선정하는 상이다. 1950년 시작돼 지난해 말 65회째를 맞았으니 그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

롯데 측이 '권위 있는' 시상식이라 말하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밖에 HUB Prize(미국)에서 '브랜드경험 디자인' 부문 동상, Graphis Competitions(미국)의 '혁신적 환경 디자인' 부문 수상작으로 꼽히면서 롯데는 총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국내 유통·면세 업계 최초의 쾌거다.

월드타워점은 설계 당시부터 소비자 쇼핑 편의를 위한 동선 확보에 신경 썼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애초에 쇼핑과 문화가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으로 기획됐다는 부연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LED를 설치해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브랜드 환경 디자인을 구축했다. 조형물 설치에만 30억원 이상이 들었으며 초기 콘텐츠 개발에도 6억원을 투자했다.

이렇게 공들인 면세점은 더 이상 소비자에게 선뵈지 못하는 '죽은 공간'이 될 운명이다.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재승인을 받는데 실패,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오는 3월31일까지, 길어봤자 6월까지 '시한부' 영업을 하고 있는 상태다.

그나마 6월까지 영업 연장도 관세청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이후 면세점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해서는 그룹 차원에서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면세점이 문을 닫은 뒤 한동안 '폐허'로 남을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건 5년 후의 특허권 '탈환' 가능성 정도다. 당분간은 무용지물이다. 

면세점 대전은 끝났다. '이슈'도 승자 위주로 재편됐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절규도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대업'에 뒤따르는 작은 희생 정도로 여겨진다. 

일부 기업에 치우친 특혜와 특권의 재분배 차원에서 이번 면세점 '판 흔들기'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도 그 무렵 요란한 집안싸움으로 그룹 이미지를 전반적으로 실추시킨 오너 일가의 실책이 롯데의 가장 큰 패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실력자'의 손발을 묶어두는 방식으로 '평등'을 추구하는 게 과연 '창조적'인 방식인가 하는 의문은 오래도록 남는다.

향후 5년간 소비자 기억에서 까맣게 잊혀질 월드타워점의 수상 소식은 공허하기만 하다. 

롯데면세점 장선욱 대표이사는 이번 수상과 관련해 "월드타워점이 새로운 형태의 면세점 쇼핑 환경을 제안하는데 있어 진일보(進一步)한 면이 무척 크다"며 "면세점 업계 최초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디자인 상을 수상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축사'임에도 불구, 정말 '기쁘게' 들리지 않는 건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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