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영업시간 늦춰라? 산으로 가는 '최경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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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 영업시간 늦춰라? 산으로 가는 '최경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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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은행 문을 열어본 지가 언젠지 까마득하다. 계좌조회∙이체, 적금 가입까지 스마트폰으로 처리한 지 오래다.

내년 중에는 아예 점포 없는 은행이 등장할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얘기다. 연내 금융위원회서 인가할 예정이다.

최근 은행권에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한 뒤 꺼내든 발언이 '핫'하다.

국내 은행의 '오후 4시' 영업종료 시각을 지적, 입사 10년 후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쓴 소리를 내뱉었다.

언뜻 한국 은행원들은 죄다 '월급루팡(제대로 하는 일 없이 월급만 꼬박꼬박 받아가는 직원)'인 것처럼 들린다. 창구마감 후 대출심사, 시재정산 등 업무처리로 자정까지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실상을 모른다면 말이다.

입사 10년이면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것도, 한국 금융수준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것도 모두 현실과 맞지 않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최 부총리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라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이 같은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단순히 은행 영업시간을 늦추는 것만이 해답일까.

은행권은 벌써 분주하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지난 13일 변형근로시간제 확대를 고려하겠다고 언급한 이후 각 은행들의 긍정적 반응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눈치보기다.

한국은행의 '2015년 2/4분기 국내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6월말 기준 인터넷뱅킹 등록자수는 중복합산으로 1억1327만명을 넘어섰다. 모바일뱅킹 등록자수도 5752만명을 기록했다.

대다수 금융소비자들이 은행 점포를 찾지 않고 금융 업무를 본다 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개혁은 지시나 제재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율적인 환경에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게 한다면 자연스럽게 조성될 결과물이다.

필요하다면 은행이 먼저 나서서 탄력적인 운영시간을 도입할 것이다. 이미 하나∙국민은행 등이 특정 지점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스마트폰만 갖다 대면 알아서 카드결제가 이뤄지는 시대다. 스마트워치로 번호만 입력하면 자동화기기(ATM)에서 현금을 뽑을 수도 있다. 홍채∙안면인식으로 본인인증, 간편결제까지 가능해질 것이라는 '핀테크'의 절정 시나리오가 현실 앞에 다가와 있다.

전세계 은행들과의 무한 경쟁 상황에 놓인 국내 은행들을 향한 '부모의 마음'은 잠시 내려놓는 것이 어떨까.

은행원들의 눈물 젖은 '심야 영업'을 원하는 소비자는 없다. 더 나은 혜택, 질 좋은 상품∙서비스로 돌아올 진정한 의미의 개혁을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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