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눈물의 '고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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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눈물의 '고별전'
  • 여헌우 기자 yes@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6월 12일 0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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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만에 적자 '위기감' 수익성 악화 속 사업 구조 개편…"소규모로 지속"
   
▲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조직도.(자료사진)

[컨슈머타임스 여헌우 기자] SK이노베이션(대표 정철길)의 '미래 먹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이 '고별전'을 맞고 있다. 

2010년 전담 사업 본부를 구성하며 야심차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판단, 구조 개편을 통해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LG화학·삼성SDI 같은 경쟁 업체들이 최근 가정용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점과 비교된다.

◆ 2010년 사업 진출…수익성 악화 지난달 인력 구조조정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SS란 남는 에너지를 보관했다가 전력 등이 부족할 때 활용할 수 있게 만든 저장장치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생산에도 사용된다.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리서치는 글로벌 ESS 시장 규모를 2013년 기준 약 16조원 정도로 추산했다. 올 2020년에는 58조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 영역이라는 얘기다. 유럽과 북미 등을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커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SK이노베이션이 ESS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던 이유다.

2010년 전담 사업 본부를 구성,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2012년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 사업과 2013년 전력거래소 주파수 조정 실증 사업 등을 따냈다.

자체 기술력을 인정 받으며 작년 6월 수출의 포문도 열었다. 독일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시가 추진한 실증 프로젝트 제품 공급자로 선정되면서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수주 소식 없이 수익성이 악화됐다. 올해 들어 위상도 떨어졌다. 별도의 사업본부 형태였던 ESS는 배터리 사업본부 산하로 이관됐다.

이런 와중에 사내에서 구조 개편과 비핵심자산 매각 등 '체질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난해 2246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위기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37년만이다.

결국 지난달 ESS 담당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16명을 대상으로 별도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인력의 60%에 달하는 수치다.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힘든 사업의 '몸집'을 줄이겠다는 게 업체 측의 계산이다.

LG화학·삼성SDI 같은 경쟁 업체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유럽·일본 등에 연이어 수주를 성공시키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해외 업체들과의 기술제휴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9일에는 무게·부피를 줄인 가정용 ESS 신제품을 동시에 출시했다.

SK이노베이션이 '울며 겨자먹기'식 ESS 사업 규모 축소에 한숨을 내쉬고 있는 배경이다. 경쟁력을 상실, 사실상 사업을 포기하는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소규모 사업 지속…시장 포기하는 것 아냐"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인력을 축소한 것은 맞지만 ESS 시장을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니다"며 "체질개선 과정을 거친 뒤 소규모로 사업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LG화학과 삼성SDI는 해당 분야의 선두 회사지만 SK이노베이션은 정유업을 기반으로 신사업을 추진하는 업체"라며 "ESS에 대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를 수 밖에 없는 만큼 현재 상황을 두고 단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증권 손영주 연구원은 "중대형 배터리와 ESS 사업의 경우 진입 장벽이 높은데다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긴 편"이라며 "SK이노베이션이 신사업 개척 차원에서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는 꾸준히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ESS 기술을 헐값에 다른 업체에 팔 수는 없는 만큼 어쩔 수 없이 인력조정을 감행하며 사업을 유지해나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력인 석유 사업이 힘들어지면 이쪽 분야는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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