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헤지펀드, 삼성물산 3대주주 등극…합병에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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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헤지펀드, 삼성물산 3대주주 등극…합병에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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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헤지펀드, 삼성물산 3대주주 등극…합병에 '빨간불'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가 삼성물산 보유 지분을 늘려 3대 주주로 전격 부상한 뒤 제일모직과의 합병 계획에 사실상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5927주)를 주당 6만3500원에 장내 매수했다고 4일 공시했다. 총 매입액은 7065억원에 달한다.

엘리엇은 '경영 참가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엘리엇은 종전에 4.95%의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지난 3일 2.17% 지분을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7.12%의 지분을 하루에 장내 매수한 것처럼 보고했다. 금감원은 엘리엇에 정정 공시를 요청했다.

엘리엇은 이번 추가 매수로 국민연금(9.79%), 삼성SDI(7.39%)에 이어 삼성물산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엘리엇이 '42만1892+1주'를 더 확보하면 2대 주주로 도약도 가능하다.

엘리엇은 공시와 별도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한 것"이라며 "합병 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 폴 싱어가 1977년 세웠다. 엘리엇어소시에이츠, 엘리엇인터내셔널 등 2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전체 운용 자산은 260억달러(약 29조원)에 달한다.

엘리엇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계획안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지적하며 나선 건 합병 계획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제일모직과 달리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이 19%대에 그치는 상황이다. 3일 기준으로 외국인 지분은 32.11%에 달한다.

따라서 엘리엇을 비롯한 외국인·기관 주주들이 1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합병 계획이 무산될 수도 있다. 이는 삼성물산 보통주 지분의 약 17%를 차지하는 규모다.

다만 합병 계획이 좌초됐을 때 반대한 주주들이 주가 측면에서 받게 될 영향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합병 반대 세력을 결집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엘리엇이 실제로 합병을 무산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경영권 이슈를 부각시켜 주가를 띄운 이후 차익을 노리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처럼 소액 주주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엘리엇이 자주 쓰는 투자 기법이라는 것.

실제 엘리엇은 지난 2003년 미국 P&G가 독일 웰라를 인수하면서 제시한 주가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저지에 나섰다. 이후 수년간 법적 분쟁을 치르면서 주가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작년에는 아르헨티나 채무 불이행 사태를 일으켜 세계적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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