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를 벗겨낸 인간의 속살, 뮤지컬 '모차르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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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를 벗겨낸 인간의 속살, 뮤지컬 '모차르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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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모차르트

우리는 늘 먼저 간 사람을 그리워한다. 죽은 사람은 그냥 불쌍해진다. 산 사람은 괜히 미안해진다. 그래서 그 사람의 좋은 것만 기억하려 한다. 떠난 자는 말이 없고, 남은 사람은 말을 만든다. 사람이 사람을 낳고, 말이 말을 낳는 동안 우리는 언제나 미안함으로 떠나간 사람을 '완성'해 왔다.

그렇게 전해 내려온 세기의 위인, 불멸의 천재들도 살아서는 '사람'이었다. 똑같이 울었고, 똑같이 웃었다. 겹겹이 쌓인 '죽은 자를 위한 배려'를 한 꺼풀 벗겨내면 거기에 '사람'이 있다. 뮤지컬 '모차르트!'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예상 가능한 모든 것을 버려라, 완전히 새로운 Mozart!

'볼프강'(모차르트)은 불과 5살의 어린 나이로 작곡을 시작한 음악천재다. 아버지 '레오폴트'는 '볼프강'을 데리고 연주 여행을 다니며 부와 명성을 얻는다. '콜로레도 대주교'가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막강한 권력을 얻기 위해 '볼프강'을 고용한다. 자유로운 음악과 삶을 꿈꾸던 '볼프강'은 권위적인 '콜로레도'와 끝없이 대립하고, 결국 아버지의 품을 떠난다.

성인이 돼 신동의 이름을 잃은 '볼프강'은 음악을 멀리한 채 방탕하게 살아간다. 그는 '베버' 가족에게 몸을 의탁하고, 그곳에서 '콘스탄체'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베버 부인'의 계략에 말려 평생 '베버' 가에 생활비를 지급한다는 조건부 결혼을 하게 된다. 평소 그의 재능을 아까워하던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은 '볼프강'의 홀로서기를 돕는다. 아들의 성공 소식을 접한 '레오폴트'는 '볼프강'을 찾아간다. 그는 아들의 달라진 모습에 실망하고 부자의 연을 끊는다. '볼프강'은 다시 혼란에 빠지고, 끝없는 내적 갈등을 반복한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송스루에 가까운 작품이다. 대사 비중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말보다는 노래로 대부분의 서사를 이끌어나간다. 약 3시간을 채우는 53곡의 넘버(리프라이즈 포함)는 세기를 통틀어 가장 천재적인 음악가로 꼽히는 모차르트의 면모를 나타내는 데 조금도 손색이 없다. '모차르트' 하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클래식'이라는 정장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드라마의 굴곡에 맞는 다채로운 장르로 감각적인 패션을 완성한다.

특히 이번 시즌 새로 추가된 '쉬운 길은 잘못된 길'은 작품의 아리아인 '내 운명 피하고 싶어'에 필적할만할 카타르시스를 이끌어낸다. 이 곡은 극중 가장 팽팽한 대립구도를 그리는 두 남자, '볼프강'과 '콜로레도 대주교'의 마지막 접전 장면을 장식한다. '볼프강'은 끊임없이 '콜로라도 대주교'와 맞서 왔지만, 그때마다 거대한 힘 앞에서 먼저 등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늘 도망만 치던 '볼프강'은 처음으로 절대 권력자에게 '도전'이 아닌 '대적'을 선포한다. 두 배우의 앙상블도 훌륭해 더욱 빛이 나는 대목이다.

 

◆ '볼프강' VS '아마데' 가장 어려운 상대는 바로 '자신'

뮤지컬 '모차르트!'는 '볼프강'의 또 다른 자아로 '아마데'라는 인물을 선보인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자유로움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하던 모차르트의 실제 삶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아마데'는 신동으로 칭송받던 '볼프강'의 어린 시절 모습이며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상징한다. 반대로 '볼프강'은 껍데기를 벗어던진 인간으로서의 모차르트를 대변한다. 두 인물은 막이 오를 때부터 내릴 때까지 중요한 장면에 함께 등장한다.

이러한 설정은 미하엘 쿤체&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의 작품세계의 단골손님이다. 주인공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판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번 작품의 '아마데'와 뮤지컬 '엘리자벳'의 '죽음'(토드), 뮤지컬 '레베카'의 '레베카'가 비슷한 양상을 띤다. 하지만 '아마데'는 아역 연기자의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작가가 의도한 만큼의 몰입도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배우의 문제가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안고 있는 빈틈이다. '아마데'가 '볼프강'의 피로 악보를 써내려가고, 목을 조르고, 심장을 찌르는 장면은 모차르트가 일평생 겪었던 '자신과의 싸움'을 의미한다. 아역 연기자는 이토록 가학적인 장면들도 열심히 연기하지만, 이질감에 고무줄이 느슨해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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