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의 거장 레이 쿠니가 선보이는 또 다른 수작! 연극 '오마이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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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의 거장 레이 쿠니가 선보이는 또 다른 수작! 연극 '오마이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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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박병수'(박이사) 役 배우 나석민, 이주훈 인터뷰

   
 

연극 '라이어'의 작가 레이 쿠니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에 주목해 보자. 기막힌 반전과 탄탄한 스토리, 복잡하게 얽힌 7명의 관계가 두뇌를 짜릿하게 할 것이다. 희극의 거장 레이 쿠니가 야심차게 내놓은 또 다른 대표작, 연극 '오마이달링'(원제: Not Now, Darling)이 처음으로 정식 라이선스를 가지고 국내 관객을 찾았다.

작품은 내연관계의 남녀가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는 에피소드를 담는다. 얼핏 연극 '라이어'와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더 화려하고 아찔하다. 청담동 최고급 모피숍 '디오르골'에서 펼쳐지는 기발한 상황의 중심에는 언제나 바람둥이 '박병수'(박이사)가 있다. 극중 '박병수'로 분하는 두 사람, 나석민과 이주훈 배우를 만났다.

- 배우가 된 계기와 그간의 작품활동이 궁금해요.

이주훈(이하 이): 의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과목 중 자기가 만든 옷을 입고 공연하는 수업이 있었어요. 그때 무대 위에서 뭔가를 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군대 가서는 휴가 때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는데, 뮤지컬 '김종욱찾기'를 보다가 배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은 겁이 많아서 하고만 싶었지 자신이 없었는데, 제대하고 일을 하다 보니 간절해졌어요. 하던 일을 다 접고 학원 다니면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뮤지컬을 주로 했고, 아실만한 작품은 '싱글즈', '김종욱찾기', '총각네 야채가게' 등이네요. 바로 전 작품은 연극 'S다이어리'예요.

나석민(이하 나): 저도 전공은 연기가 아니었어요. 무용학과 출신인데 대학 때 아르바이트로 모델 일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넘어온 케이스예요. 연극 '미남선발대회', '러브액츄얼리', '라이어' 등을 했고, 독립영화도 몇 작품 했어요. 정식으로 연기를 배운 게 아니고 어깨너머로 공부한 거라 많이 모자라요. 지금도 배우는 자세로 작품에 임하고 있어요.

- 연극 '오마이달링'에서 '박병수'(박이사) 역으로 열연하고 있어요. 각자가 느끼는 '박병수'는 어떤 사람인가요?

이: 작품에서는 30대 중후반으로 설정돼 있지만 정신연령은 20대예요. 갖고 싶은 걸 가지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죠. 주위 사람들을 이용하는 무책임한 남자이기도 해요. 하지만 그만큼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서 분출할 곳을 찾는 것 같아요. 어리고 장난꾸러기 같은 느낌을 살리려고 해요.

- 본인과 닮은 구석이 있나요?

이: 닮은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어요. 저도 (박)병수처럼 사랑이 많아서 친한 형들한테 스킨십하고 그래요. 오랜만에 만나면 허그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이런 점들이 닮은 것 같아요.

나: 가끔 부담스러워요.(웃음)

- 나석민 배우님은요?

나: 전사(前事)를 좀 깔아보자면, (박)병수는 과거에 사랑의 아픔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랑에 대한 순수함이 있기에 지금의 (박)병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본성은 나쁘지 않은데 상황이 너무 꼬이다 보니 약아졌다고 해야 하나? 저희 팀에서는 악역처럼 느껴져서 안타까운 점도 있어요. 저하고 성향 자체는 많이 달라요.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사랑을 순수하게 여기던 과거의 (박)병수를 닮았네요.

   
 

- 닮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는데, 캐릭터 분석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이: 번안된 극이고, 상황상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물음표가 너무 강했어요. 지금 연기하면서도 이러한 점을 풀어보려고 계속 연습 중이에요. 아무리 주어진 상황이 특수해도 인물이 그렇게까지 행동하려면 더 큰 동기가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도 이전까지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해서, 그때 가졌던 호흡들이 큰 도움이 돼요. 공연팀 형들과도 자주 이야기하고 있어요.

나: '내가 바람둥이 캐릭터야?'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이)주훈이가 말한 것처럼, 번안극이라 느끼한 대사도 많아요. 예를 들면, 내연녀 이름이 '신새화'인데 "My bird, my flower"라고 치는 대사가 있어요. 우리말로 옮기면 새, 화(꽃)예요. 이런 포인트에 적응하느라 힘들기도 했죠. 이전까진 세고 강한 배역을 많이 맡았거든요. 저의 남성성은 그런 건줄 알았어요. 배우니까 하긴 해야겠는데, 안에서는 부담감과 부딪히기도 하고…. 그렇지만 새로운 걸 하면서 재미도 있고, 공연하면서 많이 동화됐어요.

- 두 배우가 보기에 연극 '오마이달링'의 매력은 뭔가요?

이: 솔직한 연극이죠. 자극적인 부분도 있지만요. 사람의 여러 욕구 중에서 뭔가를 자극하고 몰입할 수 있게 하는 특별한 힘이랄까요? 호기심이 매력인 것 같아요.

나: 배경 자체가 다른 작품에 비해 럭셔리해요. (이)주훈이가 말한 것과 비슷한데, 상상을 자극하는 야한 코드도 있고요.

- 주변에서 많이 보러 왔나요?

나: 얘기도 안 하고 보러 왔더라고요. 연극을 잘 모르는 친구도 있었는데 '라이어' 작가가 쓴 거 아니냐고 물어보기에 깜짝 놀랐어요.

이: 제 친구는 두 번이나 다녀갔어요. 재밌게 봤다고 격려해 주더라고요.

- 이번 작품은 '라이어'와 더불어 레이 쿠니의 희극 대표작인데, 거짓말을 소재로 하는 점이나 인물 간의 관계가 유사한 점들이 많아요. 배우로서 느끼는 두 작품의 차이점이 있다면.

나: 비슷한 작품이죠. 다른 점이 있다면 상상력과 비주얼에 호기심이 더해진다는 거예요.

이: 이 작품이 조금 더 젊게 느껴져요. 초연이다 보니 배우들이 합심해서 파워풀하게 밀고 나가는 힘이 있어요.

   
 

- 어떤 대사와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나: 극중 친구로 나오는 '유제석' 대사인데, 위기를 모면하려고 원피스를 밖으로 던지면서 "비둘기들아 먹어라!" 하고 기지를 발휘하는 장면이 있어요.

이: 도입부에 5분 동안 '박병수'가 '유제석'을 회유하는 장면이 있어요. '유제석'이 좋아하는 '나비서'와 이어줄 테니 자기 요구사항을 들어달라는 거죠. 일종의 '밀당'인데, 관객들도 이 장면을 좋아해 주시고 거기서 잘 풀려야 다음 장면도 잘할 수 있거든요. 남자 둘이서 친구 관계를 재밌게 보여주는 부분이에요.

- 코미디 연극이라 연습, 공연 중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아요.

나: 에피소드보다는 어느 관객분이 생각나요. 공연 오프닝을 제가 하는데 나이 지긋하신 60대 부부가 손을 잡고 계신 거예요. 두 분이 얼핏 닮으셨어요. 끝까지 손을 잡고 공연을 보시는데, 내용은 불륜이라 죄짓는 마음이 들기도 했죠. 커튼콜 끝나고 사진 찍고 나가시는 순간까지도 그 손을 놓지 않으시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딱 한 번 있었어요. '신새화'가 속옷을 갖고 놀다가 던지는 장면이 있는데, 저한테 속옷이 걸려서 저도 모르게 잡아버린 거예요. 그런데 극중에서 제가 그걸 던질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에요. 모든 배우의 머리가 하얘졌죠. 다음 장면에서 '유제석'이 부인과 들어오는데, 그때 '유제석'을 연기한 배우가 창문 쪽으로 던지라고 팁을 줘서 그렇게 처리했어요. 그 후로는 이 장면을 연기할 때 '신새화'와 일정 거리를 둬요.(웃음)

- 앞으로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요?

이: 제 꿈은 계속 연기를 하는 거예요. 40대가 되면 40대 연기를, 50대가 되면 50대 연기를 하고 싶어요. 앞으로 공연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노력하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순재 선생님처럼 평생 연기하고 싶어요.

나: 30대 들어서면서 '깊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남자 배우의 정점은 30대 후반부터인데 아직도 어린 것 같아요. 3~4년 전 20대 후반일 때는 조급했어요. '난 왜 이렇게 안 될까?' 소위 뜨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그때는 연기에 대한 겉치레가 있었어요. 지금은 여유가 생긴 만큼 '깊이'에 대한 고민을 해요. 그래야 (이)주훈이가 말한 것처럼 평생 배우로 불릴 수 있고요.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나: 나라가 어수선하고 우울해서, 관객분들께도 그 영향이 미치는 것 같아요. 굳이 저희 작품이 아니더라도, 공연 보러 오신 시간만큼은 즐겁게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작품을 보러 오신다면 코미디 연극이니까 깊이 있게 보려 하지 마시고 '하하하' 웃다 가셨으면 해요.

이: 마찬가지예요. 마음 편히 오셔서 웃으시고, 조금이라도 좋은 에너지를 받아가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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