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태환 기자] 마크 트웨인처럼 유머러스하고 헨리 제임스처럼 아름다운 문장가 제임스 써버.
그가 마흔 줄에 접어들어 탈고한 '공중그네를 탄 중년 남자'는 이혼과 재혼이라는 개인사의 격변기를 거치며 발표한 단편집이다.
이번 한국어판은 1935년 당시 미국의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오늘날 우리가 충분히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글 묶음으로 원작에서 열일곱 편의 이야기를 옮겨 담았다.
이 작품에서 저자는 자기고백적 성격이 강한 단편소설과 에세이, 그리고 직접 그린 삽화들을 통해 현실과 허구의 세계를 유연하게 넘나든다.
작품 속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는 거친 도시에서의 삶이 하루하루 버거운 남자들의 여린 속내를 듣게 되고, 가슴 속 깊이 묻어둔 유년기의 추억에 공감할 수 있다. 중년 남성이 아내라는 타인과 삶을 공유하며 부딪히는 문제들을 엿보기도 하며, 욕망과 현실의 간극이 만들어낸 수컷의 허세와도 조우하게 된다.
또 이 작품은 미국 최고의 교양지 '뉴요커'의 필자이자 삽화가로 무려 40년 동안 활약한 저자가 그린 일러스트가 곁들어져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이 출간될 당시 '런던 데일리 스케치'는 "써버의 그림을 좋아한다는 건 세련됐다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중그네를 탄 중년 남자'는 결코 편하지만은 않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여행지 침대 맡에 두고 한 편씩 음미하기 좋은 와인 같은 책이다.
일본 작가 도키와 신페이는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참을 수 없이 비린내 나는 현실도 써버의 손에 걸리면 말끔한 스케치가 된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독자들은 써버의 책을 읽으며 와인을 마시듯 기분 좋게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제임스 써버/ 뗀데데로/ 224쪽/ 1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