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양이에게 맡기는 생선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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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양이에게 맡기는 생선가게
  • 김일권 기자 ilkwon@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3월 09일 2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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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일권 기자]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한다니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죠."

대부업체 '러시앤캐시'와 '웰컴론'이 예나래∙예주∙예신 등 저축은행 3곳의 우선인수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것을 두고 업계에서 오가는 얘기다.

금융당국도 이번 결정이 썩 내키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협상자 발표에 앞서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로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분석이 다각도로 이뤄졌다.

우려한 부작용 가운데 첫번째는 저축은행이 대부업체의 돈줄이 될 수 있다는 점.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했을 경우 저축은행이 국민으로부터 모은 돈을 대부업체들이 낮은 이자를 지불하고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민들의 쌈짓돈이 엉뚱한 곳에 쓰이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염려는 저축은행이 서민과 중소기업에 빌려준 돈을 제때 받지 못했을 경우에 발생한다.

대부업체는 빌려준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축은행이 이들의 계열사로 넘어가면 대부업체가 대신 돈을 받아줄 가능성이 커진다.

사정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인수 허용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의 예금보험공사가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문닫은 저축은행들을 떠안게 되면서 입은 손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

금융당국은 은행이나 증권사가 인수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저금리기조와 증시침체로 실적이 크게 떨어진 이들은 인수전에 참가할 기력조차 없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대부업체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대신 저축은행이 악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진입기준, '엄정한' 자격심사,  '철저한' 사후 감독을 약속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추상적인 얘기들뿐이다.

당국의 설명을 듣고 생선가게에 홀로 남겨진 고양이 한 마리와  이를 멀리서 바라보는 주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주인도 사람이기에 잠깐 한눈을 팔거나 깜빡 졸 수도 있다.

고양이는 이 틈새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생선을 발견하고 후회해도 소용없다.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대부업체에게 저축은행 주식을 넘기기 위한 계약이 거의 완료단계라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절차는 금융당국이 계약을 승인하는 것이다.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을 손에 넣는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아직도 기회는 있다. 고양이에게 정말 생선가게를 맡겨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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