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인정보 소비자 스스로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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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인정보 소비자 스스로 지켜야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1월 26일 1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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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탈탈 털렸어."

"주민등록번호, 카드결제계좌, 카드결제일, 카드신용등급…다 노출되고 나니 발가벗겨진 기분이야." 

사상 최대 금융권 개인정보 유출사고 이후 지인에게 받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다. 

분통이 터진다. 보이스피싱, 스미싱 같은 제2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KB국민은행과 카드 등 KB금융지주 주요 계열사 임원, 손경익 NH농협카드 사장,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줄줄이 사퇴한 뒤로도 비난 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정부도 '금융회사 고객정보 유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신통치 않다.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전문가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누구를 탓해야 하나 한 사람 한 사람 짚어보다 보니 '나'에게로 화살이 돌아온다. "스스로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하는 물음에 할 말이 없어진다.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의류쇼핑몰부터 옥션∙G마켓∙11번가 같은 대형 오픈마켓,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이 운영하는 온라인몰까지 수십 수백 곳에 개인정보를 알려주고 제품을 구입해왔다.

개인정보가 어떻게 활용되고 어디에 제공되는지 이용 약관을 꼼꼼히 살펴 본적은 드물다. 귀찮은 마음에 덮어놓고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눌렀다.

TV홈쇼핑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휴대전화부터 들었다. 고객센터에 전화해 간편하게 회원가입을 하고 주문하기 바빴다.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냐"는 상담원의 말은 귓등으로 들었다. 상품이 매진될까 결제단계로 빨리 넘어가기만 기다렸다.

쇼핑몰에서 옷을 구입할 때 입력한 내 개인정보가 보험회사에, IT업체에 왜 제공되는지 불만을 제기한적은 없다. 특정 업체 한 곳을 이용하는데 왜 그룹 계열사 전체에 가입자 정보가 넘어가는지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광운대 산학협력단에 용역 의뢰해 받은 보고서를 보니 기자와 같은 소비자가 한 둘이 아니었다.

금융사를 이용하는 20세 이상 성인 621명을 대상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이후 인식변화를 조사한 결과 '인터넷 사이트 가입 시 개인정보 처리에 동의할 경우 해당 약관이나 조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전체의 96.3%에 달했다.

영업점을 통한 카드 신청 등 오프라인에서 개인정보 처리를 동의하는 때도 69.6%가 약관이나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를 스스로 보호하지 않는 개인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나' 조차 신경 쓰지 않는 내 개인정보를 기업들이 최선을 다해 보호했는지는 물어보나마나다.

소비자가 먼저 개인정보를 단순 정보가 아닌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기업들이 이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더욱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할 때다.

더이상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덮어놓고 누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누르지 않아도 각종 서비스 이용에 장애가 없도록 기업 역시 소비자들을 배려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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