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쇼' 소비자가 외식문화 질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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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쇼' 소비자가 외식문화 질 떨어뜨린다
  • 김새미 기자 saemi@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12월 23일 0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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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새미 기자] "크리스마스에 대박 나시겠네요."

지난 주말 지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들렀다가 건넨 인사말에 그는 뜻밖에 한숨으로 답했다.

기념일마다 예약해놓고 오지 않는 손님들 때문에 대박은커녕 쪽박만 찼다는 하소연이 내내 이어졌다. 심지어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예약석 중 40%나 비었다는 것.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주말인데도 주변에 예약 표시가 된 채 비어있는 테이블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그는 미리 손질해둔 음식을 또 버리게 됐다고 울상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예약 후 통보 없이 당일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 고객에 대한 우려로 외식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되려 "급한 사정이 생기면 그럴 수도 있지 않냐"는 식이다. 아예 여러 군데를 동시에 예약해두고 당일 가고 싶은 곳만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기념일 매출에 타격이 심각하다는 게 외식업계의 주장이다.

노쇼 고객으로 인해 예약리스트에서 밀려난 선량한 소비자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업계 측에선 입소문이 좌우하는 외식업 특성상 '소비자는 왕'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예약금이나 위약금을 미리 받겠다고 하면 예약조차 하지 않는 손님들이 많아 어쩔 수 없이 무료로 예약을 받는 곳이 대부분이라는 것.

농수산물유통공사의 '2013년 3/4분기 한국외식업경기지수(KRBI)'에 따르면 국내 외식업체는 약 60여 만개다. 국민 80명당 1개의 식당이 있는 셈. 결국 좁은 시장에서 과열 경쟁이 펼쳐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아예 예약 제도를 없애고 현장 방문만 받는 업체도 일부 생겼다.

여유 있게 음식을 준비해두지 못해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이고 방문 시 대기 시간이 길어져 서로가 불편해진 셈.

예약은 상호간의 약속이다.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한 일부 노쇼 고객이 단기적으로 소소한 이득을 취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손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간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노쇼 고객을 흘겨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신뢰가 부족한 사회일수록 서로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합리적인 외식문화가 정착 되기 위해 노쇼 고객에 대한 단호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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