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00만원대 패딩점퍼! 아이들에게 결핍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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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00만원대 패딩점퍼! 아이들에게 결핍된 것?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12월 02일 0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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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아이들에게 부모를 선택할 권리가 있었다면 당신의 아이는 당신을 선택했을까요?"

출근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멘트에 흠칫 놀랐다. 아직 자녀를 가져본 적은 없지만 어딘가 양심을 대단히 찌르는 말이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부모는 늘 아이 앞에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100만원이 넘는 패딩점퍼를 떡하니 요구한들 어쩌겠는가. 내 아이가 그게 있어야 행복하다는데. 그게 있어야 학교도 잘 다닐 수 있고 공부도 더 잘될 것 같다는데 말이다.

할 수만 있으면 이 세상을 통째로 안겨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 아니겠는가.

그러는 사이에 부모들의 등골이 휜다고 해서 한겨울 아웃도어 의류에는 '등골 브레이커'라는 오명이 붙었다.

한동안 노스페이스가 누리던(?) 그 수식어를 올 겨울에는 '캐몽'에게로 물려준 모양이다.

캐몽이란 '캐나다 구스'와 '몽클레르' 두 브랜드를 가리키는 말이다. 백만원을 훌쩍 넘는 다운재킷 등 그 가격대가 노스페이스 보다 한 수 위다.

'고가 논란'을 지겹게 듣다 보니 별반 놀랍지도 않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땅바닥에 떨어진 학생들의 자존감이다.

명품 브랜드 로고와 같은 '훈장'없이도 스스로가 얼마나 가치 있고 빛나는 존재인지를 안다면 그런 턱없는 요구를 할 리 없다.

교복만 입어도 그 자체로 반짝반짝 빛나는 나이다. 겉치레가 없이도 있는 그대로의 자기자신을 긍정하는 법을 먼저 알았어야 한다.

돈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기성세대의 일그러진 가치관이 언제 이렇게 어린 학생들에게로 빠르게 전염됐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학생들이 비싼 명품 옷으로 치장한다고 비난하기 전에 몇 가지 드러난 지표만으로 사람을 평가해온 우리의 시선에 문제가 없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

걸친 옷을 기준으로 사람을 은근히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본 건 아닌지. 실상 진품과 짝퉁을 구분할 안목도 없으면서 말이다.

뿐만 아니다. 성적, 외모, 사는 곳 등등.

보이는 것만으로 자라나는 학생들에 대해, 그 사람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해온 어른들의 방식을 아이들은 답습했을 뿐이다.

모방심리가 가장 강할 때다. 좋은 것을 탐내는 학생들에게 무슨 죄가 있을까.

진부한 얘기지만 내면이 가득 차면 겉치장에 온 힘을 쏟지 않아도 돋보이는 법이다. 스스로도 당당할 수 있다.

올 겨울, 자녀의 손을 잡고 아웃도어 매장에 들르기 전에 아이에게 결핍된 게 정말로 옷뿐인지 그 마음을 한번 들여다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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