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애들 땅에 묻고 그랬어요", "그냥 쳤는데 기절해버렸어요"
추석 연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고등학생들의 '무용담'이다.
과거 폭력 전적에 대해 천진하기까지 한 얼굴로 설명을 늘어놓는 아이들을 보면서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들을 가해자의 측면에서만 집중 조명한 제작진의 의도도 꺼림칙했다.
10대들의 문신을 마치 남성성의 상징인양 클로즈업했고 저런 모습쯤은 걸러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장면들도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보는 사람이야 어떻든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률만 끌어올리면 된다는 뻔한 노림수다.
이른바 '신정아 사건'의 주인공인 신정아가 최근 모 방송사의 토크프로그램 MC로 낙점됐다는 소식도 마찬가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심산인지 과정의 정당함을 무시하고 결과로만 승부를 보려는 얕은 생각에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다.
반대여론에 밀려 결국 무산되기는 했으나 물망에 올랐다는 자체가 황당하다.
유부남과의 부적절한 성추문, 학력위조, 공금횡령까지 도덕적 결함의 종합선물세트 같은데 이쯤 되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결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줘야 한다"는 등 성희롱 발언을 했던 강용석 전 국회의원도 오히려 스타덤에 올랐다.
지금은 몇몇 프로그램에서 MC로 활동하면서 전문 방송인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나쁜 평판을 바탕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니 평범한 시청자 입장에서는 허탈할 뿐이다.
마약,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문제가 된 연예인들도 해당 사건이 대중의 기억에서 채 잊히기도 전에 복귀하는 게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전과자도 출세할 수 있는 나라'라는 비아냥이 터져 나온다. 진심 어린 반성을 바탕으로 한 성공이 아니라 잘못과 실수를 흥미거리로 소비하면서 이루는 성공이다.
대중 앞에 서는 사람들이다.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 보는 이들에게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까다롭고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게 상식인데 과연 그 상식이 통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시청률, 눈에 보이는 결과에만 급급해 반성의 기미조차 없는 문제적 인물들을 버젓이 기용하는 행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미디어소비자들의 날카로운 비판과 엄중한 잣대가 필요하다. 우리는 '건강한 출연자'를 만날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