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동양그룹 자금 지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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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동양그룹 자금 지원할까
  • 김일권 기자 ilkwon@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9월 25일 1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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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일권 기자] 자금난에 빠진 동양그룹에 대해 금융권에서 긴급 수혈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동양그룹은 이달 말까지 필요한 자금을 구하지 못해 계열사 부도 등 최악의 국면에 처할 위기에 놓여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여신이 있는 ㈜동양과 동양시멘트가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해오면 자금 사용처와 상환 계획을 받아보고 지원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의 동양그룹 여신은 ㈜동양과 동양시멘트 대출 3500억원 등 총 4500억원에 이른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25일 "㈜동양과 동양시멘트가 자금 지원을 요청해오면 검토할 수 있다"며 "자금 사용처와 상환계획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지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동양과 동양시멘트가 어려운 계열사에 빌려줄 목적으로 자금 지원을 요청한다면 지원해주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현 상황에선 ㈜동양과 동양시멘트가 동양인터내셔널 등에 돈을 빌려주면 나중에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동반 부실에 처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산업은행 측은 동양그룹의 주채권은행이 아니어서 대출해준 ㈜동양과 동양시멘트가 문제없이 잘 운영되는 것만 살펴볼 뿐이지 그룹 전체를 들여다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STX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때 산은에 대한 언급은 없지 않았나"라며 "마찬가지로, 동양그룹의 계열사들을 전부 산은과 엮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동양그룹도 오리온그룹으로부터 '지원 불가' 입장을 통보받은 뒤 채권단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양그룹은 계열사별로 주거래은행이 있을 뿐 그룹 차원의 주채권은행이 없어 금융 지원을 받을 마땅한 방법과 수단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CP를 발행한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여신이 한 푼도 없어 당국도 컨트롤하면서 구조조정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로서는 동양그룹이 스스로 대처하는 가운데 당국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동양증권 등 금융계열사에 미치는 부정적 여파나 일반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자금 지원 여부를 검토하더라도 실제 지원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동양그룹의 금융권 여신 9000억원 중에서 은행권 여신은 산업은행, 농협, 우리은행 등 3곳의 6000억원에 이른다. 동양그룹의 금융권 여신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주로 은행 등 금융권에서 자금을 끌어다 쓰기보다 CP 발행 등 단기 시장성 자금으로 유동성을 충당해왔기 때문이다.

농협 고위 관계자는 "동양그룹이 올해 5월에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경기 등을 고려해 지원이 어렵다고 거절했고 현재도 추가 지원 검토는 하지 않고 있다"며 "비협약기관 채권자가 많아 (채권단 지원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위기를 제공한 중간 지주회사 격인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가 부도 등 최악의 국면에 빠지면 그룹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고 지주회사 격인 ㈜동양과 동양시멘트도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이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동양그룹의 지배구조는 현재현 회장→ ㈜동양→동양인터내셔널→동양시멘트→동양파워 등 순으로 지분을 보유한 형태로 돼 있다. ㈜동양은 동양인터내셔널 지분 100%, 동양인터내셔널은 동양시멘트 지분 19%를 각각 갖고 있다.

하지만 ㈜동양과 동양시멘트가 은행 대출을 받아 CP 등 상환을 앞둔 계열사에 빌려주는 것도 주식투자자의 반발 등에 부닥칠 수 있다.

때문에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가 만기 CP 등을 막지 못해 부도 등으로 법정관리로 가는 게 부실 전이를 막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두 기업은 비상장사여서 주식시장 등 투자자 피해가 크지 않지만, CP를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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