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추석이 바가지 씌우는 대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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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추석이 바가지 씌우는 대목인가?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9월 09일 0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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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바가지 쓰는 줄 알면서도 추석 선물이라 어쩔 수 없이 샀어요."

시댁과 친정에 보낼 추석 선물세트를 최근 구매한 한 주부의 푸념이다.

추석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둘러 선물세트를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서울 시내 백화점 몇 곳을 돌아봤다. 사과, 배를 기본으로 색색의 과일들이 곱게 단장을 마치고 있었다. 

먹음직스러운 빛깔, 예쁜 포장에 눈이 먼저 갔다. 자세히 보려고 손을 움직이다 멈칫했다. 가격표를 보니 과일 가격은 개당 1만원이 넘었다. 

망설임을 눈치 챈 듯 한복을 차려 입은 판매원이 곁에 다가왔다. "명절 때는 조금 비싸도 좋은 선물 드려야 마음 편하죠"라며 과일세트를 가리킨다. 달콤한 말이다.

정신을 차리고 포장비용을 대충 더해 따져보니 단품으로 구매할 때보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다. 마음이 불편해져 자리를 떴다.  

가격대를 낮춰 가공식품 선물세트를 살펴봤다. 포도씨유, 카놀라유, 캔햄으로 구성된 제품 가격이 2만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판매직원은 '실속형'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주머니사정을 생각했다는 내용의 장황한 설명이 이어진다.

개당 가격을 어림잡아 더해보니 1만7000원 선이다. 참치, 식용유 등 비슷한 구성의 또 다른 선물세트는 단품으로 구매할 때 보다 2배 가까이 비쌌다.

문제는 인건비, 포장비 등을 고려해도 가격차가 지나치다는 것.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것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바가지 쓰는 줄 알면서도 산다는 주부의 볼멘소리가 괜한 얘기는 아니었다.

명절 선물이니 이것저것 따지기 보다 '기분 좋게' 사자는 구매심리를 악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기업들이나 상인들도 최대의 대목을 잡으려는 듯 바가지∙얌체 상술이 기승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명절 때마다 고급스럽게 포장된 선물세트가 실제 가격 대비 부실한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피해 주의보까지 발령했다.

이쯤 되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추석 바가지 상혼으로 한 몫 잡으려는 기업들 입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빠듯한 형편에도 선물로 고마움을 전하려는 소비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추석맞이가 즐겁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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