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화장품이 의약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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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화장품이 의약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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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민희 기자]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무더웠던 여름의 기세가 한 풀 꺾인 듯 하다. 반갑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있다. 환절기 피부고민 때문이다.

'손 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지긋지긋한 여드름. 계절이 바뀌는 이때 즈음 더욱 예민해지는 피부 때문에 매번 고생이다.

주말을 이용해 백화점 화장품 매장을 찾았다. 여드름 전용 제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드름이 난 부위에 간단하게 붙이는 제품부터 '톡톡' 바르는 것까지 다양하다. "사용해 보니 효과가 좋다"며 깨끗한 얼굴을 내미는 판매원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최근 대한여드름학회가 13~40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7.8%가 여드름을 경험했다. 피부과를 방문해 치료를 받은 비율은 16%에 불과, 81%는 화장품이나 민간요법 등 자가 치료에 의존했다. 화장품의 효과를 신뢰하고 기대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얘기다.

문제는 기업이 천편일률적으로 "좋다"고만 말하는 화장품의 효과는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좋다"는 효과 또한 미미하다.

한 유명 피부과 전문의는 최근 방송에 출연해 "피부는 보자기랑 똑같다"며 "싱싱한 생선이 있고 물이 간 생선을 싸는 보자기 중 어떤 보자기가 더 좋겠냐. 안에 내용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사람의 피부는 체질이 따른 것이지 얼굴에 직접 바르는 등의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기업은 자사 제품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과장광고를 한다.

일부 업계는 소비자들이 쉽게 혼동하는 기능성 화장품과 의약품의 차이를 노리고 허위 및 과장광고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합리적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업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화장품은 의약품이 아니다. 제품을 사용해 새로 태어난 듯 피부가 바뀌길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여드름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흉터가 남고 심하면 우울증에 자살까지 이어질 수 있다.

큰 병은 아니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인식 개선과 함께 업계는 화장품과 의약품의 차이를 분명하게 인지해 표시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희망 고문'은 너무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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