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권 왜 자꾸 '악수'만 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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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권 왜 자꾸 '악수'만 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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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성수 기자] 요즘 금융권의 핫 이슈는 '수익성 악화'다. 국내 경제가 저금리·저성장 궤도로 진입함에 따라 시중 은행들의 당기 순이익이 전년대비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다.

설상가상으로 해외 법인에서도 악재 소식이 들려온다. 국민은행은 2008년 초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을 인수했으나 부실 대출자산 등의 문제로 1조원 가량의 손실을 봤다.

또 삼성증권은 2009년 홍콩 현지법인에 투자한 후 현재까지 1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하고 사업을 축소하는 중이다.

금융회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렸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과잉보호로 시중 은행들이 국내 시장에 안주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의 해외진출이 어려운 근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국제화되지 못한 원화'와 '너무 짧은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의 임기'다.

원화가 국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은행들이 해외시장에 지점을 만들어도 원화에 대한 수요층이 없다. 결국 달러를 빌려와서 영업을 해야 한다.

달러자금 조달 방법에는 크게 고객예금과 은행차입이 있다. 고객예금은 장기, 은행차입은 단기로 달러를 빌리는 방식이다. 그런데 국내 은행은 외국계 은행에 비해 고객예금의 비율이 낮아서 달러를 장기 조달해 영업하는 것이 어렵다. 즉 해외 지점에서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원화국제화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무역업체가 결제대금으로 쓰는 통화에서 원화의 비중을 점차 늘려가는 등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EU FTA 체결 이후 원화가 결제통화로 사용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또 금융권 CEO의 임기가 짧은 관행도 시정돼야 한다.

해외시장 개척은 현지 네트워크 구축이 핵심인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와 접근이 이뤄진다. 10년 정도는 손해가 발생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모험인 것이다.

그런데 시중 은행 CEO들의 임기는 대략 2~3년 수준이다.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CEO 입장에서 해외진출은 부담스런 짐으로, 사업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나게 된다.

장수 CEO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사내에서 CEO 후계자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정권 교체와 함께 금융기관 CEO들이 전격 물갈이되는 현 상황에서는 은행들의 해외진출도, 장기적인 안목의 금융회사 발전에도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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