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1인 1개소 법' 둘러싸고 과잉규제 '진통'
상태바
의료기관 '1인 1개소 법' 둘러싸고 과잉규제 '진통'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8월 08일 08시 23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법 의료행위 차단 취지 타당성 의문…"네트워크 병원 규제 지나쳐"
   
▲ 자료사진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의료인 1명이 1개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도록 한 '1인 1개소 법'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디치과그룹 등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형 의료기관이 사실상 타깃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공동투자∙경영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 1인 1개소 법 과잉규제 논란

7일 의료계에 따르면 1인 1개소 의료기관 운영 관련 법이 지난해 개정된 이후 과잉규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기존 의료법에는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고 돼있었지만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개정됐다.

'어떠한 명목으로도'와 '운영'이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의료인들 간의 자발적인 공동 운영이나 지분 투자, 경영까지도 어렵게 됐다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인 1개소 법 개정으로 유디치과 같은 네트워크 병원은 해체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8월 현재에도 지점을 확장해 가며 운영 중이다.

2003년 대법원 판례를 보면 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하면서 자본 출자 등의 형태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다. 개설자로 등록된 의료인이 직접 진료행위를 한다면 타 의료인이 개설 자본을 부담했다 하더라도 중복 개설이 아니라는 의미다.

의료인이 2개의 병원을 운영한다면 한 곳에서는 의료진 공백이 발생, 누군가가 그 자리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때 무자격자가 불법 진료를 하거나 과잉 진료를 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1인 1개소 원칙을 규정한 것.

과거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하던 시절 불법 의료행위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는 얘기다.

법 개정 당시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개정 과정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현실적으로 의료기관이 공동 투자, 공동경영이 의료기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측면 등이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제처에서도 과잉규제라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부산 등 전국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병원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개설자인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에게 자본을 투자 받는 것까지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경영참여를 통해 공동구매, 공동마케팅 등 의료기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고 병원 진료와 행정을 분리함으로써 진료의 질적 향상을 추구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환자 중심의 네트워크 병원 순기능은 살려야"

자칫 의료기관의 영세화를 초래해 의료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수의 공동투자 의료기관이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점을 고려할 때 지방 소비자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거주지 인근에서 제공받을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지역 병원 관계자는 "환자 진료에만 몰두하고 싶은데 혼자서 1인 다역을 하려면 아무래도 전문성이 떨어지게 되고 의료 수준의 질 저하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며 "병원운영과 진료, 연구가 따로 세분화되는 운영방식이 의료 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병원이 기업화될 경우 의료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치과 의사는 "의료는 특수한 분야이고 한 사람이 여러 개를 관리할 경우 허점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1인 1개소법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며 "병원이 지나치게 기업화돼 이윤을 추구하게 되면 공공성이 훼손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네트워크 병원 관계자는 "일부 병원의 불법진료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효율적인 관리, 처벌 등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무조건 운영을 금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환자 중심의 모범적인 네트워크 병원의 순기능은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