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TX그룹 살리기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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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STX그룹 살리기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 김일권 기자 ilkwon@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8월 05일 0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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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일권 기자] STX그룹의 계열사 가운데 7개사가 빚갚을 능력이 안돼 부도위기에 몰렸다.

이 가운데 STX조선해양은 채권단이 돈을 지원해 살리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6개 기업 중 4개 기업은 살릴지 말지를 고민 중이다. STX팬오션과 STX건설은 채권단이 포기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회생시키기로 결정한 STX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채권단은 이미 투입된 8500억원을 포함해 내년까지 약 3조원에 달하는 지원을 약속했다. 천문학적인 액수다.

고민중인 4개사에 대해서도 경영정상화가 결정된다면 STX그룹을 살리기 위해 쏟아붓는 액수는 더 늘어난다.

채권단이 이렇게 무리를 하면서까지 STX그룹을 살리기로 한 이유는 먼저, 그룹이 파산했을 때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엄청난 여파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STX그룹은 2012년 자산총액 기준 재계 11위의 대기업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지금 당장 기업을 정리해서 얻는 '청산가치'보다는, 돈이 조금(?) 들더라도 기업을 정상적인 상태로 만든 후 팔았을 때의 이득 즉 '계속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조선∙해운 업황이 바닥을 찍고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STX그룹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STX조선해양(조선업)과 STX팬오션(해운업)은 모두 중국관련 업종에 속한다. STX조선해양은 배를 만들고, STX팬오션은 배를 몰고 물건을 실어 날라 돈을 번다.

STX팬오션 등 해운업체들은 물건을 운반한 댓가로 운임료를 받는다. 이것을 지수화한 것이 '벌크선 운임지수' 다른 말로 'BDI'다. STX팬오션이 운용하는 선박 중 약 90%가 '벌크선'이다.

BDI는 2002년까지만 해도 800포인트 대에 머물다 6년만인 2008년에 1만2000포인트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1300% 상승이다.

하지만 2008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BDI는 올해 5월 다시 800포인트로 추락했다. 최근 반등으로 그나마 1170포인트까지 올랐다. 하지만 전고점까지 상승하려면 10배는 더 올라야한다. 해운업황의 회복을 운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2002년부터 2008년 사이 BDI가 급등한 것은 이 시기 고속 성장한 중국 때문이다.

이때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빠르게 제조업의 덩치를 키워 나갔다. 자연스레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철광석, 석탄 등 원재료의 수요가 높아졌다. 철광석, 석탄 등은 모두 벌크선으로 운반한다.

다시 말해서 BDI가 의미있는 반등을 하려면 중국의 고성장이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전망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은 듯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제가 2013년에 약 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2년의 7.8%에 비하면 조금 높아진 수치지만 중국의 BDI가 급등했던 시기(2002~2008년)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 11%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IMF는 2018년까지 중국의 성장률이 8%대를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8%라는 수치마저도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2013년 새롭게 집권한 시진핑 주석은 중국경제의 '건전성'을 외치며 그동안 시장에 풀었던 돈을 다시 주워담고 있다. 인구성장이 경제성장을 이끄는 이른바 '인구보너스'도 이제 끝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즉 조선, 해운, 철강 등 중국관련업체들에게 예전의 영광은 없을 것이란 말이다.

'밑빠진 독'에 열심히 물을 붓던 콩쥐를 살린 것은 '두꺼비의 등'이었다.

채권단이 STX그룹에 활력을 넣고 투자한 돈을 제대로 회수하기 위해서는 이미 '밑빠진 독'이 됐을지 모르는 조선∙해운업황의 회복을 기다리기보다는 '두꺼비의 등'이 될 수 있을만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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