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오뜨빅 캐리커쳐 작가 방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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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오뜨빅 캐리커쳐 작가 방한 인터뷰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7월 08일 0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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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관찰이 내 직업 모두가 캐리커처로 보여… 실력 더 나빠질까봐 매일 연습"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벨기에의 얀 오뜨빅(Jan Op de Beck)은 캐리커처 작가들의 우상으로 꼽힐 만큼 유명한 작가다.

그는 이번 '2013 세계 캐리커처 전시'를 기념해 국제캐리커처협회 한국지부(지부장 우연이)의 초대로 한국을 방문했다.

장맛비가 한차례 지나간 습한 날씨 속에 인터뷰 장소인 '갤러리우'를 방문했다. 얀 오뜨빅은 오랜 비행에 지쳐 칭얼대는 첫째 딸을 안고 가게로 들어섰다.

자신이 유명하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본 적 없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어린 딸을 품에 안고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하게 말을 이어갔다.

Q. 이번 2013세계 캐리커처 공모전에서 은상을 수상했습니다. 캐리커처계의 '제왕'이라는 평가도 있던데.

== 나는 내가 유명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캐리커처 작가가 있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살아요. 유명세가 뭔지도 잘 모르겠고 더 유명해지길 원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이번에 상을 받게 됐지만 그림을 그릴 때도 어떤 결과를 바라거나 누구를 이기기 위해 그리는 건 아닙니다.

Q. 지금과 같은 실력을 얻기 까지 어떤 노력들을 했나요. 또 하루에 그림은 얼마나 그리는지.

== 그림을 잘 그리게 되는 데 어떤 '마술'도 없습니다. 그저 연습, 매일 연습하죠. 자기작품에 쉽게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더 나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보통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을 돌보고 놀아줍니다. 그 뒤로 저녁 무렵부터 새벽3시까지 그림을 그리죠. 하루에 4-5시간만 자다 보니 아침에 일어날 때 정말 피곤합니다. 55살밖에 안됐는데 아침에는 꼭 80살이 된 것 같아요.(웃음)

   
 작가 얀 오뜨빅이 그린 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워렌버핏.

Q. 어떤 계기로 캐리커처를 시작하게 됐나요?

== 캐리커처는 유럽에서 인기 있는 장르입니다. 미국의 DAVID LEVINE작가, 프랑스의 JEAN MULATIER작가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들 중 삼촌이 캐리커처 작가였어요. 어려서부터 삼촌을 보면서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1980년부터 프로작가 생활을 했으니 벌써 33년째에 접어듭니다.

Q. 캐리커처의 매력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자유. 부자든 가난하든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작가는 자기가 바라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나 역시 정신적으로 자유롭습니다.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 캐리커처를 가르치는 것도 행복합니다. 신기한 건 전세계의 캐리커처 작가들은 이런 정신세계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만나면 빨리 친해질 수 있습니다.

   
 

Q. 유명 작가다 보니 친구나 지인들에게서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올 것 같습니다.

== 파티 캐리커처를 할 때도 "당신의 작품을 미리 볼 수 있냐"고 주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캐리커처는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 처럼 쉽게 그리는 '퀵드로잉'이 아닙니다. 물론 요청이 들어오면 그림을 그려줄 수는 있지요. 하지만 그림은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짧은 시간에 빠르게 그려내면 이를 쉬운 작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거기에 30년의 오랜 연습과 노하우가 담겨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그런 캐리커처의 가치를 알게 해주는 것도 내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이든 다른 장르든 작가들은 자신이 하는 예술이 가치가 있다는 걸 알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캐리커처는 인물의 특징을 잘 잡아내야 하는데 본인만의 노하우나 스타일은?

== 가장 중요한 건 잘 관찰하는 것입니다. 얼굴뿐만 아니라 몸의 비율과 사이즈, 스타일, 그 사람이 가진 에너지까지 모두 캐리커처에 반영됩니다. 저는 스케치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완성된 작품도 좋지만 스케치들을 더 좋아합니다. 그리고 연필로 그리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원한다면 커피로도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요. 중요한건 어떤 목적을 위해 그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나를 위해서 그린다면 원하는 대로 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주문을 받으면 내 방식은 조금 자제하고 상대가 원하는 방향을 반영할 필요도 있죠. 유럽에서는 파티 캐리커처에 초대받는 경우 과장을 많이 해도 됩니다. 작가로서 초대받기 때문에 정말 재미있게, 원하는 대로 일 할 수 있죠. 결국 그림을 어떤 목적으로 그리느냐에 따라 수위를 잘 조절해야 합니다. 

Q. 사람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하는 직업이다 보니 직업병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맞아요. 사람 얼굴이 변형돼 보입니다. 캐리커처로 보이죠. 그리고 사람들을 보는 것 자체를 좋아하다 보니 풋볼게임을 봐도 경기보다는 사람들의 독특한 움직임이나 얼굴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다 보면 모든 얼굴에 다 각자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기에 어려운 얼굴과 쉬운 얼굴이 있긴 하지만 모두가 다 아름답죠.  

얀 오뜨빅 작품 <사진=2013 세계 캐리커처 in Seoul 전시사무국>

Q. 앞으로 캐리커처 작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 어렸을 때는 내가 점점 잘하기를 바랐습니다. 지금은 나빠지기 않기를 바랍니다. 내 실력이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며 매일 연습하죠.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50살 정도까지는 잘 배우려고 하지만 그 이후에는 노력 하지 않고 나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고 싶지 않아요.

Q. 이번 전시 중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꼽는다면.

== 앤서니 제프리의 '비' 그림이 좋아요. 그리고 마르쿠스 사코다의 '성룡'. 또 곽인진씨가 그린 '유재석'도 좋습니다. 변형, 과장이 잘 돼있는 작품입니다. 성룡 그림은 퀄리티가 뛰어나고 비 그림은 그림의 기초가 탄탄합니다.

Q. 한국에 다시 올 계획이 있는지.

== 물론이죠. 나는 여행을 즐깁니다. 한국에 다시 오고 싶지만 다음에는 다른 계절에 오고 싶어요. 한국에는 두 번 다 여름에만 왔는데 너무 덥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봄이나 가을에 다시 와보고 싶어요.

◆ 작가 얀 오뜨빅(Jan Op de Beck)은 누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캐리커처 작가 중 1인으로 2003년 미국에서 세계 최고의 캐리커처 작가 상을 수상했다. 세바스찬 크루거와 함께 국제 캐리커처 협회에 특별 세미나 작가로 초대됐다. 현재 이란, 포르투갈, 중동, 유럽지부에서 초대강연 세미나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유일하게 번역 출판된 '캐리커처 기법'의 저자이며 'Famous Corpses', 'Sketching is Fun!'의 저자로 꾸준한 출판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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