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기업 정규직 전환 '면피용(?)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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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기업 정규직 전환 '면피용(?) 꼼수'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7월 01일 0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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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며 일제히 팔을 걷고 나섰다.

고용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재계도 소비자들도 일단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남양유업은 최근 사내 비정규직 사원 720명을 연말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단순 사무보조직원은 조만간 정규직으로 전환, 대형마트 등 매장 판촉직원과 일부 공장근무 직원들도 올해 안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남양유업이 이 같은 정책을 발표한 날, 회사가 결혼하거나 임신한 여직원에게 계약직 전환∙퇴사 등을 종용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혼한 여직원은 비정규직으로 바뀌어 임금이 줄어들고 각종 수당도 제외될 뿐만 아니라 출산 휴가가 보장돼지 않아 회사에 다니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CJ그룹은 아르바이트생을 '시간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비자금 의혹 등으로 소환을 앞둔 시점이었다. 총수와 회사를 둘러싼 비난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한 방편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화그룹은 지난 1월 김승연 회장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됐을 때 2000여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었다.

SK그룹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지난 5월 SK그룹은 계열사 계약직 직원 5800명을 올해 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이 횡령 혐의로 구속돼 있는 상태였다.

같은 달 GS그룹은 GS리테일의 비정규 상품 진열원 및 계산원 2150명과 GS샵 콜센터 자회사인 GS텔레서비스 상담사 350명을 하반기부터 정규직으로 순차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산그룹도 계약직 700명을 내년 5월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배경을 살펴보면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다. 회사에 위기가 닥쳤을 국면 전환을 위해 꺼내놓는 '카드'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일부 대기업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강도 높은 조사가 이어지면서 '눈치껏' 정규직 전환 행렬에 동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힐난이다.

정규직 전환을 완료한 곳도 있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까지 이행하기로 한 회사도 있다. 스스로 정한 시간 내에 계획을 실행에 옮길지, 정규직 전환을 통해 낮아진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을 얼마나 유지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며 앞다퉈 마련한 대책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면피용 꼼수'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워 지려면 약속을 지키는 수 밖에 없다. 운명을 함께 하고 있는 직원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진정성을 믿는 소비자들과 이미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지켜보는 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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