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섭 홍익대학교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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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섭 홍익대학교 패션디자인과 교수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6월 17일 0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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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은 자기자신 찾아가는 과정…패션은 순간이지만 스타일은 영원"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패션 디자이너를 선발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 출연해 '간멘토', '간쓰나미' 등의 별명을 얻었다. 도전자들에게 차분하지만 따끔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꽃중년'의 부드러운 미소를 가졌지만 교단에 서면 학생들에게 누구보다 엄한 교수로 변한다. 홍익대학교 패션디자인과 간호섭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간호섭 교수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지만 소속집단과 준거집단이 같아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덕분에 감기에 걸릴 시간도 없다고. 그는 '남들과 다른 노력'을 했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며 패션 이외의 다른 곳으로 눈 돌린 적 없이 한 우물만을 팠다고 자부한다.

◆ 바이박스 론칭으로 신진 디자이너와 소비자 연결

Q. 최근에 뷰티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바이박스'를 론칭하고 직접 사업가로 나섰습니다.

==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안에서 나에게 맞는 상품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직접 샵을 찾아 이곳 저곳을 다니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고 인터넷 구매는 실패하기 십상이죠. 국내 패션분야에는 훌륭한 디자이너와 브랜드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는 빅 브랜드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안목보다 브랜드의 명성에 의존하는 것입니다. 바이박스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디자이너는 잠재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계기를 제공받고 독자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매달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패션 액세서리와 소품 등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이죠.

Q. 패션 아이템은 개개인마다 취향이나 어울림의 정도가 다를 텐데요.

== 개성을 추구하기도 어렵지만 유행을 따라가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요. 트렌드에 맞추고 싶지만 어려움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많습니다. 이들을 위해 전문가가 대신 직접 스타일링과 큐레이션을 책임지는 거죠. 매달 바이박스가 어떤 제품으로 구성되는지 미리 공개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또 때와 장소에 맞는 드레스코드와 액세서리 착용 법 등 라이프스타일링 콘텐츠를 강화해 독자에게 필요한 상황 별(TPO) 스타일링법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판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제품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하는 것이죠.

Q. 신진 디자이너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 우리는 디자이너의 제품을 완사입합니다.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대량으로 전부 구입함으로써 상대 디자이너에게 목돈을 마련해 줍니다. 바이박스에 제품을 제공하고 싶어하는 디자이너가 많습니다. 저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좋은 대우를 받고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디자이너가 직업으로서 인기가 있어야 한국 패션계의 기반도 튼튼해지겠죠. 대학들이 인기 없는 학과를 폐지하는 건 결국 취업률이 낮기 때문입니다. 의상학과, 디자인학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취업이 어려우면 누가 이런 학과에 지원하려고 하겠어요. 결국 취업이 잘되고 신진 디자이너들이 잘 돼야 향후 우리나라 패션 산업의 전망도 밝고 미술대학도 인기를 끌 것입니다.

◆ "재능은 캐럿, 노력은 컷팅…스스로 다듬고 깎아야"

Q. 학생들을 가르치고, 방송출연도 하고, 책도 쓰고 이제는 사업까지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저는 제가 하는 일들이 다 좋습니다. 제가 너무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고 또 '멀티페서'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저의 뿌리는 디자이너라는 것입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디자이너라는 것은 변함이 없죠. 그리고 지금 저의 중심은 교수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과 그 밖의 일들을 다르게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학생들도 "교수님이 제일 멋있을 때는 강의할 때의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 나머지 시간들을 활용해서 바이박스 등의 사업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패션 이외의 일로 한번도 외도해본 적은 없습니다. 책을 쓰든 방송 출연을 하든 항상 패션디자인에 관한 일이었죠. 언제나 한 우물만 팠다고 자부합니다.

Q. 교수로서 패션디자인과에 지원하는 학생들 면접에도 직접 참여하는데요. 어떤 모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 열정과 잠재력을 봅니다. 새로운 희망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학생들이죠. 디자인을 하는 데있어 흔히들 재능이 먼저냐 노력이 먼저냐고 묻습니다. 저는 예술적인 분야에서는 재능 있는 사람을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개발하지 않으면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죠. 재능은 다이아몬드의 캐럿과 같습니다. 처음부터 타고 납니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는 다듬는 과정, 즉 '컷트'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보석이라고 해도 스스로 다듬고 깎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돌멩이에 불과합니다. 교수는 스스로를 깎고 다듬어나가는 학생들에게 방향을 알려주고 끌어주는 사람이죠.

   
 

Q. 요즘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유행에 민감하고 순환이 빠른 '패스트 패션'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지.

== 스파 브랜드의 성공은 소비자의 니즈가 변화하는 걸 굉장히 빨리 캐치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자라(ZARA)에 대해 이렇게 평한 적이 있습니다. "탄생은 레볼루션이었지만 이제는 패션산업의 에볼루션이다"라고. 패션산업의 진화를 통해 스파 브랜드들이 탄생했습니다. 패션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뀐 거죠. 만약 스파 브랜드의 질이 떨어졌다면 소비자가 가장 먼저 이를 외면했을 것입니다. 앞으로 언젠가 더 새로운 방식의 패션산업시장이 다가올 것입니다. 지금의 스파 브랜드를 능가할 만한 새로운 트렌드가요. 다만 그게 어떤 것인지 지금은 아무도 모르지만 급변하는 패션 시장의 변화를 누가 캐치하고 흐름을 잘 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Q. '멋'에 대해 정의를 내리자면.

== 패션은 순간이지만 스타일은 영원합니다. 멋이라는 것도 결국 자기만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자기만의 스타일은 누가 훔쳐갈 수 없는 무형의 자산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도 캠퍼스에서 누가 보더라도 패션과라는 느낌을 줄 수 있게 입고 다니라고 조언합니다. 누가 봐도 세련된 멋을 풍기라는 거죠. 패션과라면 패션의 냄새가 나야합니다. 그건 누가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처음에는 모방을 하든 다양한 시도를 하든 일단 자기만의 모습, 자기만의 멋을 완성한다면 그건 누가 가져갈 수 없는 큰 자산이죠.

◆ 간호섭 교수는?

미국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를 수료했다. Drexel대학교 패션디자인 석사학위, 성균관대학교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Kokin Inc., Nicole Paris, DKNY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케이블 채널 온 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의 시즌1~4까지 멘토로 활약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현재는 패션디자이너이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섬유미술 패션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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