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대상 23개 사업자 이용약관 전체 심사후 시정 명령

컨슈머타임스=이승구 기자 | 국내 주요 웹툰·웹소설 콘텐츠 제공사(CP)가 작가와 계약서 체결 시 영화나 드라마 등 2차적 저작물을 무단 제작·사용하겠다는 불법 조항을 넣는 것이 공정당국에 의해 적발됐다.
계약기간 강제 연장이나 불명확한 사유로 인한 계약 해제 등 불공정 계약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웹툰, 웹소설 분야에서 콘텐츠 제작·공급, 출판 및 플랫폼 연재 등 23개 CP의 저작물 계약서 약관 전체를 심사해 총 141개 약관에서 1112개 불공정 약관조항(21개 유형)을 찾아 바로잡도록 했다.
조사 대상은 고렘팩토리, 다온크리에이티브, 대원씨아이, 디씨씨이엔티, 디앤씨미디어, 레드아이스스튜디오, 리디, 문피아, 밀리의서재, 삼양씨앤씨, 서울미디어코믹스, 소미미디어, 스토리위즈, 씨앤씨레볼루션, 엠스토리허브, 와이랩. 재담미디어, 조아라, 케이더블유북스, 키다리스튜디오, 투유드림, 핑거스토리, 학산문화사 등이다.
대표 불공정 조항은 작가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제한하는 조항이었다. 23개사 중 대원씨아이·밀리의서재 등 17개 CP가 저작물 작성권까지 가져가는 약관을 사용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저작권법상 2차적 저작물 작성에는 원저작자의 허락이 필요한데 작품이 공개되기 전에는 2차적 저작물의 가치를 알기 어려운 점까지 봤을 때 부당한 약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의 적발 사례를 보면 리디 등 12개 CP는 저작재산권 양도 계약에서 원작품을 이용한 모든 저작물을 양도대상으로 규정한 것으로 조사됐고, 디씨씨이엔티 등 11개사는 계약상 권리를 작가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이용하도록 허락하게 하거나 양도할 수 있는 조항을 뒀다.
문피아 등 8개사는 계약에서 설정한 권리와 관련 없는 권리까지 요구하거나 작가가 계약저작물을 2차적으로 이용할 경우 자신에게 우선 제공하도록 부당하게 규정했으며, 와이랩 등 21개 CP는 '민·형사상 모든 책임', '발생한 일체의 손해를 배상' 등의 표현을 써가며 저작물 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귀책 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책임을 작가에게 전가하는 조항을 강제하기도 했다.
소미미디어 등 13개사는 작가가 작품에 성명표시권을 주장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작가와 협의 없이 저작물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불공정 조항을 썼었고, 학산문화사 등 8개 CP는 창작에 이바지했는지를 따지지 않고 자사를 공동저작권자로 등록하고, 권리를 대표로 행사하겠다는 약관을 사용했었다.
계약기간을 CP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조항도 적발됐다.
고렘팩토리 등 7개사는 작가가 계약 만료 일정 시점 전까지 종료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계약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식으로 부당 조항을 뒀고, 서울미디어코믹스 등 14개사는 계약이 끝났는데도 저작물 자체 혹은 2차적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약관을 뒀으며, 재담미디어 등 13개사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등 불분명한 사유를 들거나 작가의 소명 기회 없이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규정까지 뒀다.
공정위는 2018년 26개 웹툰플랫폼 사업자의 약관을 조사해 2차적 저작물 무단 사용 조항 등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불리한 계약 사례가 나오자, 기존에 점검하지 않았던 CP·연재플랫폼 위주로 조사 대상을 선정해 계약 약관을 전수 조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창작자들의 정당한 권리 보장과 공정한 계약문화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콘텐츠 사업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창작자·저작권자들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불공정 약관을 사용하지 않도록 엄정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