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마을금고의 '칠죄종' (七罪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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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마을금고의 '칠죄종' (七罪宗)
  • 김한나 기자 hanna@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11월 19일 0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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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종교 용어 중에 '칠죄종'(七罪宗)이라는 말이 있다. 악습을 일으키는 근원이 되는 일곱가지 죄를 의미한다. 교만, 인색, 시기, 분노, 음욕, 탐욕, 나태 등이다.

이 같은 정서들은 종국에는 인간을 파멸로 이끌기 때문에 종교인들은 '칠죄종'을 멀리 하려 애 쓴다.

금융권에 '칠죄종'이 뒤엉킨 추잡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도 서민금융기관으로 대표되는 새마을금고에서다.

새마을금고의 20대 여직원이 18억원 상당의 고객 돈을 빼돌려 외제차와 명품가방을 구입했다. 이 사실을 안 간부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묵인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했다. 내부 직원들의 '탐욕'과 '음욕', '교만'함에 인상이 찌푸려진다.

이 여직원의 횡령 행각은 지난 2009년부터 4년간 이어졌다. 한 달에 한번씩 이뤄지는 예금잔액증명 절차도 있었지만 매번 걸리지 않았다.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정기 감사도 있었을 테지만 덜미가 잡힌 것은 지난 10월에서였다.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는 절차들이 '눈 가리고 아웅'식이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새마을금고의 횡령 사건이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참으로 '나태'하고 '탐욕'스럽기 그지없다.

지난 2009년에는 새마을금고 한 직원이 10년 동안 170억원을 횡령하다 적발됐다. 지난해에도 간부가 30여억원을 빼돌렸다. 지난 5년간만 20건에 횡령 금액만 470억에 달한다.

고객의 돈을 개인금고마냥 이용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사태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 고유의 두레, 품앗이, 향약, 계 등 아름다운 주민협동수단에 뿌리를 두고 있는 새마을금고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느껴지는 배신감과 분노는 더 크다.

내부직원들의 탐욕도 문제지만 수년에 걸친 횡령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기를 반복하는 새마을금고에도 비난의 화살이 모이고 있다.

내부 감사나 관리 체계가 허술한 것은 아닌지 의심의 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새마을금고나 이곳 상위기관인 행정안전부에는 '쇠귀에 경읽기'였던 듯 하다.

횡령 등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허술한 관리감독과 솜방망이 처벌 탓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단적인 예로 새마을금고는 서류 심사를 받기 전 말단 직원도 대출을 승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만의 독특한 관행이다. 직급이 대리에 불과한 여직원이 18억이나 횡령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럼에도 시정은 되지 않고 있다.

신뢰회복을 위해 행안부는 최근 새마을금고 업무를 전담하는 독립 부서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금융전문가를 따로 채용해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 감독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아냥을 면키 어려워 보이지만 '이제라도'라는 말로 불신을 눌러본다.

행안부와 새마을금고의 자정노력은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될 것이다. '칠죄종'이 성립될 정도로 탐욕과 나태의 정수가 된 사태를 인지하고 도덕성을 높이기 위해 과감하게 채찍질해야 한다.

칠죄종에 반대되는 일곱가지 덕은 겸손, 관대, 정결, 인내, 절제, 사랑, 근면이라고 한다. 악습을 끊고 변화된 모습으로 신뢰회복과 자정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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