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대란 '일자리'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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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대란 '일자리'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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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9년 07월 02일 0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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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파행으로 비정규직 법안이 표류하는데 따라 최대 100만명의 비정규직이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한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일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제 때 처리되지 못하면서 당장 계약기간이 2년이 지났거나 곧 2년을 채우는 비정규직들이 해고 위협에 놓이게 됐다.

비정규직 해고가 곧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실업으로 인해 실직자가 양산되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데 따라 재정 부담과 사회적 비용도 커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비정규직 일자리 `증발'된다(?)
정규직 전환과 해고의 갈림길에 놓이게 될 비정규직 근로자 수를 두고 정부ㆍ여당과 노동계 및 민주당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 일자리 일부가 사라져버리는 `증발'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체 고용시장을 놓고 볼 때 계약이 해지되면서 다른 비정규직으로 대체된다면 일자리 수에는 변화가 없지만, 기업들이 이번 비정규직법 적용에 맞춰 아예 인력을 줄인다면 고용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태정 수석연구원은 "지금까지는 비정규직 확대가 문제였다면 앞으로는 비정규직 축소가 문제로 대두할 것"이라며 "한시적 계약직 일자리 가운데 20% 이상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경제 상황에서 사측이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비정규직 자리에 차별금지 조항에 따른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 신규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하는 데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노동연구원 남재량 연구위원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계약 해지된 자리에 다른 사람을 채용할 수 있지만 기계로 대체하거나 기존 직원들이 일을 나눠 맡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일자리를 옮기면서 발생하는 마찰적 실업은 있겠지만 전체 고용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기획재정부 이상원 인력정책과장은 "경제 상황이 특별히 더 나빠지지 않는다면 비정규직을 해고한 자리에 다른 비정규직을 채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고용 총량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용성 연구위원은 "차별금지 조항은 현장에서 적용하기 힘든 면이 많아 비정규직 일자리 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 유경준 연구위원도 "비정규직 내 구성원 변화는 있겠지만 전체 고용 수준은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하반기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대량 해고로 `실업 대란'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정부담, 사회적 비용 증가 우려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는 비정규직법이 해결되지 않아 대량 해고가 발생하고 일자리가 감소할 경우 재정부담이나 사회적 비용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직자가 늘어나는데 따라 정부에서 실업대책을 내놔야 하고 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추스르는데도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비정규직들이 실업자가 되면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는 등 사회적으로 여러가지 악영향이 불가피하며 정부가 실업 대책을 마련해야하므로 재정 부담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원 인력정책과장은 "무엇보다 비정규직들의 고용 불안으로 사회적인 갈등이 커지는게 문제이며 사회적 갈등에 따른 비용은 숫자로 계산하기 힘들지만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가 전체적으로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한편, 경제가 소득 악화, 내수 침체, 고용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남재량 연구위원은 "기업 입장에서는 2년간 훈련시키다 내보내야하니 생산성이 떨어지고 장기 투자계획을 세우는데 어려움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태정 수석연구원은 "비정규직법이 적용되면서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줄어들게 되면 취직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경제 전반적으로 소득 악화, 소비 침체, 고용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풀어야하나
비정규직 문제 해법에 대해서는 당장의 미봉책부터 근본적인 해결책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비정규직 일자리의 질 개선이 필요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일단 시행을 유예하는게 좋다는게 현실론자들의 주장이다.

김태정 수석연구원은 "비정규직 일자리 수라도 급격히 줄어드는 사태를 막으려면 질적 문제는 서서히 개선하더라도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서 경제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법적용을 유예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상원 인력정책과장은 "가장 근본적은 해결책은 OECD에서도 권고하는대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이나 해고요건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지만 당장 실천하기에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현재 여건에서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 정도로 연장해서 숙련도를 높이는 것이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유병규 본부장은 시행시기를 유예하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지원도 확대하는 식의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비정규직법의 취지가 고용 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용을 보조해주되 최근 경기 상황을 고려해서 시행시기를 유예하는게 적절해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남재량 연구위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용제한 기간을 아예 없애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KDI 유경준 연구위원은 "업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부 대기업이 하고 있는 중규직(계약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는 무기계약직)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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