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총수들 "올해도 힘들것 같은데 정부가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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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총수들 "올해도 힘들것 같은데 정부가 압박…"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1월 03일 0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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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투자확대∙일자리창출' 집중, 李 대통령 눈치보기?
   
 

국내 재계 총수들의 올해 경영목표가 투자확대와 일자리창출과 같은 외연확대로 모아졌다.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나온, 정부 눈치보기에 따른 '공염불'이라는 식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총수들의 신년사에서 빠진 단어 '내실'

2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재계 주요 총수들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올해 계획을 발표했다. 공통 키워드는 '투자'와 '일자리'다.

우선 이건희 회장은 "우수한 인재를 키우고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하는 일과 함께 사회로부터 믿음을 얻고 사랑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고 수출에 전력을 다하며 협력회사가 세계 일류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은 △품질 고급화 △시장환경 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응 △부문간 원활한 의사소통과 유기적 협조체계 △연구개발 역량강화 및 원천기술 확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행 등을 주요 추진과제로 제시하면서 올해 판매 목표를 700만대로 설정했다.

구본무 회장은 "새로운 사업을 시도할 때는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생각으로 철저히 준비하고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며 "융복합 기술과 같이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역에서 중장기 연구개발(R&D)을 강화하며 어려운 때가 가장 좋은 기회라는 생각으로 우수인재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투자확대 및 일자리창출과 반비례 관계에 있는 '내실' 언급은 총수들의 신년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가운데 이들 총수들의 일성 이면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올해도 어렵다'는 일종의 전제조건이다.

"올해 세계 경제는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건희 회장), "2012년 자동차 산업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정몽구 회장), "올해 선진시장의 소비 위축은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IT 산업은 어떤 분야보다 빠른 변화와 치열한 경쟁 직면해 있다"(구본무 회장) 등의 발언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역시 "경영 효율을 높여 핵심 사업의 체질을 강화하고 철저한 시장분석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당당하게 경쟁하자"고 당부하면서도 "올해는 대내외 여건이 불안정하고 경제지표도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위축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비하자"는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앞서 발표된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사와 재계총수들의 발언을 겹쳐보면 흥미롭다.

이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이 생업에 종사하면서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작년 한 해 물가, 일자리 문제로 참으로 국민 여러분의 어려움이 많았다. 올 한해도 세계 경제의 어려움이 예상되고 한반도 정세도 유동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나라가 어려울 때면 언제나 지혜와 힘을 모았듯이 올해도 다시 한번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어렵겠지만 도와달라'는 의미로, 재계총수들을 직접 겨냥한 듯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 "정부의 신년사, 재계 입장에서는 엄포"

재계 관계자는 "'갑' 입장인 정부의 신년사는 '을'인 기업들 입장에서는 엄포와 같다"며 "실제 실행 여부와 무관하게 겉으로나마 호응하는 척 하는 것은 이미 관례화 된 지 오래다. (재계 총수들의 신년사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럽발 금융위기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데다 그 여파로 인해 소비시장이 위축된 나머지 각 기업들의 유동성 경색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내수시장 활성화와 관련한 정부의 요구에 재계가 어느 정도 따라가 줄지는 미지수"라고 잘라 말했다.

임기 마지막해를 맞이한 정부를 비롯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 그리고 이를 바라보고 있는 재계의 신경전이 벌써부터 신년사에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한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대북사업 재개에 대한 철저한 사전 준비를,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기업 체질 개선과 성장동력 확보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복합 쇼핑몰과 온라인 사업을 추진을 통한 업계 최강의 위상 확보를 신년사를 통해 각각 역설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검찰의 비자금 수사를 의식한 탓인지 별도의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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