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중학생 유서 "살아있으면 더 큰 불효…엄마 아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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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중학생 유서 "살아있으면 더 큰 불효…엄마 아빠 사랑해요"
  • 강윤지 기자 yjkang@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12월 23일 16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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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관련 뉴스 보도화면 캡쳐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한 중학생의 유서가 공개됐다.

중학교 2학년생 A군은 A4용지 4장에 같은 반 친구 두 명의 이름을 거론하며 '평소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 자살해 충격을 안겼다.

유서에 따르면 A군은 학기 초인 3월부터 급우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상습적인 폭행과 욕설, 고문에 시달려 오다 고통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A군은 유서에서 "같은 반 B, C가 인터넷 게임 아이템을 키우도록 한 뒤 매일 돈을 뺏고, 물로 고문하고, 모욕하고, 폭행하고, 가족을 욕하고, 문제집을 찢거나 가져갔다"면서 "라디오 전깃줄을 목에 걸어 끌고 다니며 부스러기를 먹게 하고, 담배를 피우게 하고, 칼로 찌르고, 불로 지지려 했다"고 충격적인 상황을 전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B와 C군은 A군의 부모가 교사인 것을 알고 매일 A군의 집에 찾아와 음식을 먹고 가져가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군은 친구들 대신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옷을 사주거나 온갖 심부름, 숙제 등을 대신 하도록 강요 받았다. 그는 가해자들에게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몰래 아르바이트까지 했지만 보복이 두려워 부모나 교사,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A군은 유서에서 "이 방법(자살)이 가장 불효이기도 하지만, 내가 이대로 계속 살아 있으면 더 불효를 끼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고 혼내실 때 부모님을 원망하기보다는 그 녀석들에게 당하고 살며 효도 한 번도 안한 내가 너무 원망스러웠다"며 "부모님께 한 번도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말을 못 전했지만 지금 전한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적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A군은 "집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꿔달라. 그 친구들이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 언제 다시찾아올지 모른다"고 가족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경찰은 A군의 몸에서 구타 흔적이 발견됐고 같은 반 친구들의 진술을 확보해 유서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유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가해 학생 전원을 사법 처리 할 방침이다.

컨슈머타임스 강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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