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주택사업 침체기에 돌아온 '중동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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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주택사업 침체기에 돌아온 '중동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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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건설사들이 올 들어 급격하게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축소로 도시정비사업을 포함한 국내 주택 사업에 타격을 입고 있다. 반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얼어붙었던 해외사업은 '강달러·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전통적인 중동 수주 텃밭이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 건설사들은 다시 찾아온 '중동의 봄'이라 할 만큼 늘어난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뛸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의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 수주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211억3184만달러)보다 23% 증가한 260억7037만6000달러로 집계됐다.

이같은 추세라면 당초 건설업계의 올해 해외수주 목표치였던 320억달러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전통적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 지역에서의 선전이 눈에 띈다.

이날까지 중동 지역 수주액은 총 75억3312만2000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55억9073만2000달러)보다 35%나 증가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위축됐던 해외 수주가 올 들어 연초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치솟으면서 주요 발주국인 중동 국가들의 발주도 기지개를 켜 대형 프로젝트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해외·플랜트 발주 환경은 긍정적으로 플랜트 부문에서는 해외 생산 기지화와 오일과 가스 발주가 동남아시아에서 이뤄져 수주 기대감이 커졌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과 에너지 전환 흐름으로 중동을 비롯한 전 세계 산유국에서의 플랜트 발주가 나타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수주와 플랜트 수주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지난 17일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하면서 한국 주요 기업과 사우디 정부·기관·기업이 최대 수십조원에 이를 각종 초대형 프로젝트 협력에 나선 것도 호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해외 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을 마련해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한 바 있다.

국토부 측은 "최근 해외 인프라 시장이 고유가에 힘입어 중동 국가들이 대규모 발주를 계획하고 있고,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의 개발 수요가 증가하는 등 시장 확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국내 경제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해외 인프라 수주 확대를 통해 경제성장 동력을 높이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해외 인프라 관련 핵심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연말까지 주요 지역별 진출전략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지난 4일 국토교통부가 민간과 함께하는 '원팀 코리아'를 구성해 원희룡 장관을 단장으로 한 수주지원단을 사우디로 파견하고, 이번 왕세자 방한이 이어진 것도 이같은 배경으로 풀이된다.

당시 수주지원단 가운데 주요 건설사로는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대우건설·한미글로벌·쌍용건설·GS건설·코오롱글로벌 등 9곳이 포함됐다.

네옴 프로젝트 홍보용으로 나온 500m 마천루.
네옴 프로젝트 홍보용으로 나온 500m 마천루.

사우디는 최근 초대형 신도시 '네옴시티' 건설 프로젝트에 한창이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에 서울 44배 넓이의 저탄소 스마트 도시를 짓는 것으로 총 사업비만도 700조원에 이른다.

이 사업에는 건설사 가운데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네옴시티 주요 파트너사로 선정됐고, 대우건설을 비롯한 대형 건설사들이 추가적으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우디 투자부는 17일 '한·사우디 투자 포럼'을 개최하고 국내 주요 기업과 사우디 정부·기관·기업 간 총 26건의 계약·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중 6건이 한국 민간 기업과 사우디 투자부 간, 17건은 공기업이 포함된 한국 기업과 사우디 기관·기업 간, 3건은 사우디가 투자한 기업(에쓰오일)과 국내 건설사들 사이의 협약이다.

이번 협약은 모두 대규모 협력 프로젝트로 합치면 수십조원 단위로 추산된다.

이 중 에쓰오일이 추진하는 울산 2단계 석유화학 사업(샤힌 프로젝트)에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과 롯데건설이 참여하기로 한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은 단일 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샤힌 프로젝트는 70억달러(약 9조3000억원)를 투자해 울산에 스팀크래커(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 생산 설비)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구축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 맞춰 투자를 공식화할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양국 협력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한국은 1970년대 건설업 주도 중동 붐 이후 제 2의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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