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이노베이션‧CVC에 꽂힌 건설업계…외부 수혈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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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이노베이션‧CVC에 꽂힌 건설업계…외부 수혈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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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건설사들이 전통적인 사업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급변하는 산업환경과 디지털 전환 등으로 인해 내부를 넘어 외부 수혈을 통해서라도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유망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오픈이노베이션(열린 혁신) 프로그램과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설립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현대건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등 대형 건설사들은 하반기 오픈 이노베이션 공모전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9월부터 이달까지 우수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 및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서울시 산하 창업지원기관인 서울산업진흥원과 함께 '2022 현대건설 x Seoul Startup Open Innovation(서울 스타트업 오픈 이노베이션)' 공모전을 열었다. 

이 공모전은 현대건설과 서울산업진흥원이 지난 8월 체결한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에 따른 것이다. 현대건설과 스타트업간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건설 산업 내 스타트업 동반성장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진행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기술혁신) 프로그램이다.

모집 분야는 △스마트 건설기술 △스마트 안전 △ICT 융복합 △신사업(수소, 탄소중립, 주거서비스 등) △현업 Needs 해결 △기타(현대건설과 연계 가능한 신사업, 신기술, 신상품 등 New Biz Model 제안) 등 총 6개 분야다. 혁신 기술, 제품, 서비스 역량 등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7일까지 접수가 진행됐다.

앞서 현대건설은 2019년부터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 및 확산, 신사업 진출기회 확보 등을 위해 유망 스타트업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했다. 이듬해 1월에는 AI 기반 공동주택 3D 자동설계 시스템 업체인 텐일레븐에 지분 투자를 감행했고, 올 들어 상반기에는 현대건설 현업부서와 스타트업간 협업 프로젝트를 딥인스펙션, 오아시스비즈니스 등 4개 스타트업과 진행하는 등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공모전은 국내 최대 스타트업 육성 공공기관인 서울산업진흥원과의 공동 운영을 통해 스타트업에 지원할 수 있는 혜택과 인프라가 더욱 확대된 것"이라며 "향후에도 혁신 기술 보유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건설도 지난달부터 이달 11일까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B. 스타트업 오픈 이노베이션 챌린지 2022 프로그램을 개최해 우수 스타트업을 모집했다.

B. 스타트업 오픈 이노베이션 챌린지는 우수한 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해 대기업과의 협업과 시장 검증 기회를 제공하고, 향후 사업 제휴 가능성을 이끌어 내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다.

모집 분야는 △DT기술(AI·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술 등) △모니터링(드론·360도 카메라를 활용한 모니터링 등) △신소재·신공법(스마트창호·지반 보강 등) △관련 플랫폼(자재·건설사업 관리 등) △ESG(건설현장 탄소 저감 아이디어 등) △그 외 주택 고객서비스(공동주택 커뮤니티 공간에 적용 가능한 스마트홈 서비스·메디컬 체크 등) 사업이 포함됐다.

롯데건설은 최종 선정된 우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오는 28일 서울 본사에서 프라이빗밋-업데이(Private Meet-up Day)를 연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롯데건설과 큰 시너지를 창출할 혁신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9월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9월부터 스타트업 전문 엑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와 함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로보틱스, 정보기술(IT) 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들과 협업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대우건설은 신사업 창출 전략인 '빌드 투게더 스타트업스'(B.T.S)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B.T.S 프로그램 1호로 드론 제조 및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아스트로엑스(AstroX) 지분의 30%를 투자해 올해 안에 자율비행 기능이 탑재된 실내 점검·감시 정찰용 소형 드론의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친환경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도 지난 7월 정부‧공공기관과 함께 밸류업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혁신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여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등에 기술 사업화, 투자 유치, 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보다 더 적극적인 기업형 벤처캐피탈(CVC)를 추진하는 건설사들도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일반지주회사의 벤처캐피탈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CVC 설립 후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형 건설사 중에서는 GS건설이 직접 CVC를 설립해 투자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지난 5월 100% 자회사인 CVC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이후 캠프-엑스플로 2022(Camp-XPLOR 2022) 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시티 관련 혁신 기술을 가진 시드(극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모집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 가운데서는 호반건설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미 지난 2016년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인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와 2019년 엑셀러레이터법인 플랜에이치벤처스를 100% 자회사로 각각 설립하며 CVC 투자에 나섰다. 디지털트윈 전문기업 플럭시티, AI 드론 업체 뷰메진 등 설립 3년여 만에 25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플랜에이치벤처스가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로 등록하며 엑셀러레이터법인에서 CVC로 전환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건설 시장도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며 "건축기술이 전통적으로 튼튼하게만 짓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건설이라는 말처럼 AI, 로봇, 홈스마트 등 최첨단 ICT 융복합 기술을 접목시켜야 하다 보니 건설사들은 외부 수혈을 통해서라도 신기술을 끌어와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건설사들과의 협업을 추진한 적이 있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대형 혹은 중형 건설사와 스타트업의 협력 관계에서 가장 큰 걱정은 동반성장이라기보다 갑과 을의 협업 정도로 취급되는 것"이라면서 "이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야 또 다른 분쟁을 막을 수 있어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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