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50년 주담대 시대…집값 하락 땐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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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50년 주담대 시대…집값 하락 땐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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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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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하은 기자] 올 하반기 만기 50년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출시를 앞둔 가운데 중장기적 집값 변동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출 만기가 길어질수록 매월 부담하는 원리금은 줄어들지만 총 상환원리금으로 따지면 풍선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이 점을 감안할 때 40~50년 만기 초장기 대출을 받았을 경우 집값이 상승하면 리스크는 줄어들지만, 집값이 하락하면 리스크는 커지게 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주요 보험사들은 속속 40년 만기 주담대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35년 만기 주담대인 보금자리론이 만기가 가장 긴 대출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26일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종전보다 5년 더 늘어난 40년 만기, 오는 8월에는 50년 만기의 초장기 대출이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에 순차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만기가 늘어나면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주담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되는데, 이는 차주가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말한다. 

지난달 30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올 3분기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종전 60~70%에서 80%로 늘어난다. 서울에서 5억원짜리 아파트를 처음 구하는 사람의 경우 LTV를 60%로 적용받으면 3억원만 대출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LTV를 80%로 적용받아 4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진다.

원금을 30년 동안 나눠 갚다가 40년 동안 나눠 갚는 것으로 바뀌게 되면 매년 갚아야 하는 원금이 줄어들어 그만큼 대출한도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소득이 낮은 서민들 대부분은 초장기 만기 대출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통상 한 집에서 40년 이상 계속 사는 경우는 드문데다 10년 이내 이사를 하면서 주담대를 중도 상환하기 때문에 같은 대출을 받더라도 원리금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집값이 오른다는 가정 하에 초장기 만기 대출을 받았다면 매년 원리금 상환부담까지 덜 수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만기가 늘어나면 그만큼 대출을 안고 가는 기간이 길어져 전체 이자부담도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는목소리도 나온다. 

예를 들어 5억원을 대출받았을 때 금리를 4.4%로 가정하면 40년 만기는 월 상환액이 222만원이지만 50년 만기를 적용하면 206만원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갚아야 할 총 상환액은 10억6560만원에서 12억3600만원으로 2억원가량 치솟는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40년 만기 모기지 상품의 도입과 향후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초장기 모기지의 경우 상환기간이 길어져 은퇴시점에도 상환부담이 남아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월 납입부담은 줄어들지만 상환기간이 길어질수록 총 상환금에서 차지하는 총 이자상환액 규모는 커지게 된다.

여기에 집값이 떨어질 경우 리스크는 더 크다. 만기가 길수록 갚아야 하는 총 상환금액은 늘어나는데 집값이 떨어진다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는 건 예견가능하다. 만기가 늘어난 만큼 대출 한도까지 늘려 받았을 경우 상환 부담은 두 배로 커지게 된다.

결국 중장기 집값 전망이 향후 대출 차주들의 리스크 규모를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부동산 시장이 약세와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초장기 모기지론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40~50년 만기 보금자리론은 비교적 소득이 낮은 서민들을 위한 중저가 주택이 대상이기 때문에 집값 하락에 따른 리스크는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금리 상승기엔 이자 부담이 커지면 한도 확대 효과가 미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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