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년 맞은 농협생명…'위기와 기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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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0년 맞은 농협생명…'위기와 기회' 만났다
  • 곽호성 기자 apple@cstimes.com
  • 기사출고 2022년 05월 02일 0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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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채널 다양화, 인슈어테크 활용 등 추진할 듯
NH농협생명 신비전 선포식 [사진=NH농협생명 제공]
NH농협생명 신비전 선포식 [사진=NH농협생명 제공]

[컨슈머타임스 곽호성 기자] 최근 NH농협생명(농협생명)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농협생명은 회계장부상 금액 변동이 있을 뿐이고 자산은 그대로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근본적으로 생명보험 업황 자체가 악화되고 있으므로 NH농협생명도 생보업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농협생명의 자본이 3개월만에 3분의 1 이상 줄었다. 이것은 금리 상승으로 보유 채권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농협생명 자본총계는 2조3245억원이었다. 지난해 말(3조9855억원)에 비해 1조 6610억원(41.6%) 줄었다. 

이런 상황이 생긴 이유는 농협생명이 지난 2020년 3분기 지급여력(RBC) 비율을 끌어 올리기위해 34조원 상당의 보유 채권 전액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다시 분류했기 때문이다. 

매도가능증권은 언제든지 매각할 수 있으므로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 금리가 하락할 때는 채권 가격이 올라가므로 자산이 늘어나게 된다. 반면 금리가 올라갈 때는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자산이 감소한다. 

현행 회계기준을 보면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다시 분류할 때는 보유 채권 전량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3년 동안 바꿀 수 없다.

보험업계 일각에선 농협생명이 채권 재분류 결정을 한 것이 잘못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선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농협생명 관계자는 "2020년 9월에 채권재분류를 한 것은 당시 모든 생보사들이 RBC비율을 높이기 위해 했던 정상적 조치"라며 "단지 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보험업계 회계 기준이 변경된다. 내년부터는 'IFRS17'이란 회계 기준이 적용된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회계장부상 가격 변동이 있는 것이며 자산은 그대로 있다"며 "금리가 낮아지면 업계에서 최고의 RBC비율을 보유한 회사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하루 아침에 등락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이 되면 정상적인 회사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8일에는 올해 1분기 농협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실적 항목 가운데 재무건전성 지표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지적에 대해 NH농협생명 관계자는 "공개를 안한 것이 아니고 아직 기간이 아니다. 전자공시기간이 아니다"라며 "다음 달에 전자 공시 관련 법에 따라 공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1657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170.8%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1.6% 불어난 2773억원이었다. 

올해 1분기 생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을 보면 신한라이프가 152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6% 줄었다. 푸르덴셜생명은 740억원으로 34% 줄었다. NH농협생명의 당기순이익은 430억원으로 1.1% 증가했다.

본래 농협생명은 생보업계 4위였지만 신한라이프가 등장하면서 업계 5위로 밀렸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생명 자산총계는 64조 6152억원이고 신한라이프는 70조 5356억원이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391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농협생명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다.

보험업계에선 농협생명의 경우 저축성보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보고 있다.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으면 수익성이 낮다. 농협생명 수익성은 업계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누적 기준 ROA(총자산이익률)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8%포인트 올라간 0.23%였다. 업계 평균은 0.47%였다. 

농협생명도 저축성 보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 보험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IFRS17에선 저축성보험이 보험부채로 분류된다. 

농협생명은 민원도 줄여야 한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생명의 경우 보유 계약 10만건당 환산 민원 건수가 지난해 33.3건이었다. 전년의 26.8건에 비해 24.3% 늘어났다. 생보사 가운데 증가 규모가 가장 컸다.

보험업계에선 농협생명이 좀 더 열정적이고 활기차게 움직여야 하며, 창의적 서비스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인슈어테크 등의 신기술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방카슈랑스 의존도를 낮추고 판매채널을 다양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실제로 농협생명은 올해 3월 3일 출범 10주년을 맞아 지속가능 경영체계를 구축하고 선도사로의 도약 의지를 담은 신비전을 내놓았다. 신비전 선포식은 코로나19 상황임을 감안해 전 임직원이 참여할 수 있게 메타버스로 진행하기도 했다. 

김덕태 고등지능원 대표는 "생명보험을 비롯한 보험사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포함한 인슈어테크를 성공적으로 적용하면 보험 관련 업무와 서비스가 간소화, 저비용화될 수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은 기본적으로 투명하고 신뢰성 있으면서도 업무를 자동화해주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장성이 핵심이면서도 보험 분쟁과 사고가 많은 보험 분야에 블록체인 기반 인슈어테크를 적용하면 보험 계약, 지급에 이르는 많은 과정들이 간소화, 자동화되어 사람들이 보험 상품을 이용하기 더 편리해지고 안전해진다"며 "그리고 보험 비용이 감소하고 보험료가 저렴해져서 계약자와 보험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며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보험에 가입하여 보험 시장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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