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항진' K-조선, 빅3 '끌고' 중형사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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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위 항진' K-조선, 빅3 '끌고' 중형사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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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한국 조선업계가 지난 1분기 전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가운데 절반 이상을 수주하면서 글로벌 1위로 올라섰다. 라이벌 중국을 7년 만에 꺾은 것으로 슈퍼사이클(초호황)의 기대를 다시금 끌어올리고 있다.

아울러 오랜 기간 침체됐던 HJ중공업, 케이조선, 대한조선, 대선조선 등의 중형조선사(전장 100~300m 미만급 중형선박을 주로 수주·건조하는 조선사)도 구조조정 등 경영 정상화를 통해 수주 회복세를 보이며 부활의 나래짓을 하고 있다.

이제 고부가가치 선박은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빅3 조선사가 이끌고 중형 선박 등의 시장은 중형 조선사들이 수주를 이어가는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이 지난달 전세계 선박 발주량 323만CGT(표준선 환산톤수·88척) 가운데 164만CGT(35척)를 수주해 중국(136만CGT·46척)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점유율도 절반이 넘는 51%를 차지했다.

올 들어 1분기에 한국은 세계 선박 발주량 920만CGT(259척)의 절반인 457만CGT(97척)를 수주하며 386만CGT(130척·42%)의 중국을 무너뜨리고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조선이 1분기 수주 실적에서 중국을 제친 것은 2015년 이후 7년 만의 기록이다.

1분기에 발주된 1만2000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38척 중 21척, 14만m³ 이상 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 37척 중 26척을 수주하는 등 주력 선종의 선전이 1위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이같은 주력 선종의 선전이 빅3 조선사의 호실적에 힘입은 것이라면 최근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중형조선사들은 오랜 부진을 벗어나 경영체제 재정비를 마치고 수주 실적 챙기기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운임 급등과 친환경 규제 강화가 빅3뿐만 아니라 중형조선사에게도 호재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형조선사들이 중형 선박 수주에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지난 2월말 발간한 '중형조선산업 2021년 동향' 보고서에서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의 중형조선 수주량이 총 146척(301만CGT, 표준화물선환산톤수)으로 전년에 비해 110.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대형사이지만 중형선박 사업에 참여하는 현대미포조선의 중형선박 수주량이 166만CGT로 전년 대비 57.9% 늘었고, 다른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수주량도 123만CGT로 285.2% 급증했다.

선종별로는 벌크선을 제외한 모든 선종의 수주가 증가했다. 유조선과 제품선 등을 포함한 중형 탱커의 지난해 수주량은 62척(150만CGT)으로 전년 대비 28.2% 늘었다. 중형 컨테이너선의 수주량은 55척(88만CGT)으로 전년 대비 2471.0%나 폭증했고, LPG선과 LNG선을 포함하는 중형 가스선의 수주량은 같은기간 102.8% 증가한 23척(45만CGT)이었다.

신조선 시장의 컨테이너선 비중 증가에 따라 국내 중형선박 수주량도 컨테이너선 비중이 2020년 2.4%에서 2021년 29.4%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탱커의 비중은 82.1%에서 49.9%로 축소돼 수주 선종 구성이 탱커 집중에서 벗어나 다양화된 것이다.

지난해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수주량은 탱커 46척과 컨테이너선 16척을 포함한 총 65척(136만CGT)으로 전년보다 243.7%나 증가했다. 수주금액도 29억9000만달러로 351.4% 급증했고, 수주잔량은 총 78척(157만CGT)으로 전년 말 대비 83.5% 늘었다.

지속적 감소추세를 보이던 수주잔량은 지난해 활발한 수주활동으로 빠른 증가세로 전환했다는 것도 호재다.

양종서 해외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21년 시황호전에 때맞춰 중형조선사들의 경영체제 정비를 기반으로 한 수주활동증가는 긍정적이며 희망적"이라며 "컨테이너선 운임 급등과 해상환경규제 대응 수요 등의 영향으로 중형선박 시황이 크게 개선된 점은 국내 중형조선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이에 때맞춰 주요 중형조선사들이 인수합병에 성공해 경영체제 정비를 마치고 활발한 수주 활동을 전개하면서 시황 개선보다 더 큰 폭의 수주 증가를 이룬 것은 더욱 긍정적"이라며 "이런 양상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위축되어온 국내 중형조선사들이 다시 경쟁력을 정비해 산업활동을 증가시킬 수 있는 희망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다만 수주 증가에도 불구하고 중형조선사들은 수익성 확대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신조선 수요가 증가하며 선가가 빠르게 상승했으나 철강재 가격의 급등으로 큰 폭의 수익성 개선 기대감은 약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2021년의 철강재 가격 급등은 중국의 감산과 수출통제에 의한 것으로 단기적 요인일 수도 있으나 향후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수소환원제철 개발 등에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해야 하는 철강업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도 높은 가격수준이 예상된다.

양 연구원은 "새로운 경영주체를 확립한 중형사들은 높은 강도의 업계 내 협력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세계적인 해상 탄소중립 요구로 신조선 시장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많은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주요 중형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각각 다른 경영주체가 확립됐지만 각사의 독자적인 대응은 비효율적이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중형사들의 강도 높은 협력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며 "R&D, 설계, 영업등의 부문에서 공동의 노력을 통한 네트워크 확대, 비용절감, 협상력 강화 등 경쟁력 강화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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