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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채찍질을 필두로 삼성전자 조직 내 불고 있던 품질경영 '태풍'이 하우젠 에어컨 결함 논란으로 힘을 잃어가고 있다.
피해 소비자들은 삼성전자의 결함 은폐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어 에어컨 하자 논란은 삼성전자는 물론 가전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와 올해 4월 지펠냉장고 화재사고에 이어 '기술력으로 앞서나가겠다'며 내놓은 하우젠 에어컨이 말썽을 일으키면서 이 회장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본보 6월30일 지펠냉장고 또 화재…이건희회장 '令이 안서나', 7월1일 지펠냉장고 잇단 화재…이번에도 '흐지부지'참조)
◆ 하우젠 스마트에어컨 오류에 소비자 '뿔났다'
삼성전자가 자사 하우젠에어컨의 기계결함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묵인하고 판매했다는 의혹이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 일고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를 사기죄로 고소한다는 강경책을 내놔 파열음이 일고 있다.
최근 한 포털사이트에는 '삼성하우젠 불량 에어컨 환불을 원한다'라는 카페가 생성됐다. 13일 현재 해당 카페의 회원은 개설 8일만에 1411명을 넘어서는 등 소비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 카페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삼성전자 하우젠 스마트 에어컨 고장 사례와 A/S 후에도 고쳐지지 않는 등의 문제점을 들며 기기결함을 주장하고 있다. 전원 오작동, 냉각배선 호스 불량, 실외기 진동 및 소음, 냉각기능 오류 등이 주된 피해사례다.
특히 이들은 법적 조치 등의 단체행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된 에어컨의 환불은 물론 삼성전자 측의 공식적인 사과와 피해 보상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가 된 에어컨은 올해 1월부터 판매가 된 홈멀티에어컨 15평형 제품 중 AF계열 4개(AF-HA152, HR152, HQ152, HS152 )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앞선 지난 4일 결함을 인정하고 해당 모델에 대한 사전점검에 나선 바 있다. 올해 1월부터 6월 까지 판매된 6만355대를 대상으로 고장신고 여부와 상관없이 기술자를 구매고객에게 보내 무상 점검을 벌이는 형태였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이 같은 대응에도 소비자들은 A/S 후에도 시정되지 않는 오작동 등을 이유로 기기 구조결함 및 결함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카페 운영자인 이모씨는 "삼성 측은 명확하게 드러난 기기적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업그레이드 등의 점검을 통해 수리가 가능하다고만 얘기하고 있다"며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 자체가 불량이 있는 제품 판매한 것을 시인한 꼴인데도 사과 한마디도 없다"고 분개했다.
그는 "지난 1월 문제가 된 모델에 대해 A/S를 신청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삼성 측 기사가 각 가정집을 방문해 부품을 교체하는 등 비공식적인 사전점검이 있었다는 것을 회원들을 통해 확인했다"며 "이는 삼성전자 측이 이미 품질불량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을 쉬쉬하고 (삼성전자가) 판매를 계속해 소비자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이는 명백한 기계결함 은폐인데다 사기죄까지 성립되는 중대 사안이라는 부연이다.
아울러 그는 "일단 답답한 마음에 카페를 개설했을 때는 이 정도까지 회원이 모일 줄은 몰랐는데 하루하루가 다르게 회원수가 늘고 있다"며 "그만큼 삼성제품의 품질과 행태에 분노한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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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품문제" 선긋기…'제2의 신경영 올까' 긴장모드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당 에어컨의 부품에 문제가 있는 것은 맞다"며 "소프트웨어적인 버그가 있어서 부품을 교체하는 것일 뿐 기계의 (구조적)결함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해당 카페에 대해서는 "원만히 해결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삼성 그룹 전반에 걸쳐 품질관련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다잡는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지난달 삼성테크원은 산업용 공기압축기 일부 제품의 품질 불량 문제를 알고도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고 출하했다가 적발돼 물의를 일으켰었다. 여기에 지펠냉장고 화재, 하우젠 에어컨 오작동 등의 사고까지 연이어 터져 이 회장의 심기를 크게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지난 1993년 '불량세탁기' 문제 이 후 '신경영'을 선언한 뒤 통화 품질이 불량한 휴대전화 15만대를 불태우면서 "품질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바 있다.
고장난 MP3플레이어처럼 계속해서 되풀이 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사고가 언제쯤 멈추게 될지 소비자들과 업계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