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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펠냉장고 화재현장에서 감식작업을 벌인 경찰은 현장 곳곳을 직접 카메라로 촬영했다. 이후 현장조사와 취합된 사진증거를 토대로 냉장고의 전원코드가 최초 발화지점일 수도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본보 6월30일자 '이건희회장 令이 안서나' 기사 참조)
본보가 입수한 경찰 문건에는 '냉장고 상부 전원 인입주변 전원코드에서 전기적 특이점이 관찰된다', '냉장고 상부 전원코드 일부에서 전기적 특이점이 관찰됐다'는 언급이 각각의 사진과 함께 나열돼 있다.
물론 냉장고 이외에 다른 가전제품에서 화재가 발생됐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냉장고 근처에 김치냉장고가 비치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충분한 '의심환경'을 조성한다.
◆ 냉장고 상부 전원코드 일부에서 전기적 특이점
그러나 경찰은 '김치냉장고에 내장된 전원 퓨즈는 정상상태로 과전류 유입이 관찰되지 않았다'며 멀쩡한 상태의 내부 사진을 공개했다. 반면 경찰은 '지펠냉장고 전원부 퓨즈로 용단된 상태가 관찰됐다'는 소견을 내놔 대조를 이뤘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용단은 합선과 같은 전기적 변화에 의해 과부하가 걸려 퓨즈가 녹거나 끊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냉장고 전원공급라인을 중심으로 알 수 없는 비정상적 전기 흐름이 생겨 화재가 발생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냉장고 내부가 발화점인 경우에도 퓨즈는 용단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대해 냉장고를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소견서를 통해 "전원공급용 내부기판에 설치된 퓨즈는 단선되지 않은 정상상태로 내부기판 부분에서 발화와 관련지을 만한 전기적 특이점은 식별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국과수는 "내부기판에 설치된 회로소자가 연소 변형된 상태이고 내부배선 일부가 연소 유실된 상태였다"며 "전원퓨즈 용단 원인에 대한 한정은 불가하다"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경찰과 국과수의 의견을 종합하면 최초 발화점은 냉장고 외부 전원코드 쪽과 내부 배선계통으로 압축된다.
삼성전자 측은 기기 결함이 증명된 바 없다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과수에서 냉장고 결함으로 인한 화재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며 "냉장고 결함이라면 내부적으로 품질조사를 벌여 사태 파악에 나서겠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냉장고 상부 전원코드 일부에서 전기적 특이점이 관찰됐다'는 경찰의 분석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과실일 수도 있다"며 "접혔다 폈다 하는 과정에서 피복이 벗겨져 (합선을 일으켜) 발화가 됐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통상적으로 냉장고는 '이동식 가전'이 아닌 '고정식 가전'에 속한다. 소비자의 과실로 피복이 벗겨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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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경찰의 의견은 의견일 뿐 국과수의 조사결과를 신뢰한다"며 "양산되고 있는 지펠냉장고의 품질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지펠냉장고는 'SRT756'이라는 모델명을 사용한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6월 경기도 용인시 아파트에서 화재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의심받았던 제품과 같다.
당시에도 삼성전자는 '냉장고의 냉동고 쪽에서 화재가 발생된 것 같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국과수 조사발표를 내세워 사건을 흐지부지 종결한 바 있다.
김씨가 겪은 화재사고가 이와 상당부분 연속선상에 있는 상태여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크게 자극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호통'아래 2009년 당시 결함논란에 휩싸인 지펠냉장고 21만대를 리콜한 바 있는 삼성전자가 향후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