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먹은 이재현 '삼촌' 이건희에 화해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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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먹은 이재현 '삼촌' 이건희에 화해손짓?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6월 29일 0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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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운 인수 '부적절 발언' 홍보실장 경질… "너무 나갔던 듯"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28일 확정된 CJ그룹이 대 언론 '창구' 역할을 해왔던 신동휘 부사장(홍보실장)을 전격 경질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서 삼성그룹과 불편한 관계가 설정된 데 따른 '문책인사' 쪽으로 기울고 있는 가운데 재계 일각에서는 CJ의 '화해의 손짓'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17년 전 '사건', CJ와 삼성 모두 '부담'

CJ는 이날 오전 홍보실장을 신동휘 부사장에서 권인태 부사장(전략지원팀장)으로 교체했다.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대한통운 인수전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홍보실장은 직함 그대로 언론을 통한 회사 홍보역할의 '중추'다. 특히 이번 대한통운 인수와 같은 굵직한 이슈가 터지면 '윗선'과의 교감 및 실무선과의 의견조율 등 눈코 뜰새 없는 일정을 소화한다. 언론의 눈과 귀가 홍보실로 모아지기 때문에 준비를 단단히 할 수 밖에 없다.

신 부사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공교롭게도 언론과의 인터뷰였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신 부사장은 27일 "일개 계열사가 아닌 (삼성)그룹차원의 의사결정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CJ 죽이기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개입 의혹까지 나왔다.

포스코와 삼성SDS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한통운 인수전에 나선 것을 두고 삼촌인 이건희 회장이 조카인 이재현 회장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과 기업과의 대결이 '집안싸움'으로 비쳐지기에 충분하다. CJ입장에서는 '확전' 양상이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17년 전 '사건' 때문이다.

1994년 이재현 회장은 당시 삼성계열사였던 제일제당을 계열 분리해 독립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의 CJ가 탄생한 배경이다. 고(故) 이병철 삼성창업주가 이재현 회장의 부친이자 장남인 이맹희 씨 대신 삼남인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면서 비롯된 '내분'이었다.

대한통운 인수전이 이와 유사한 '2011년 판 내분'으로 비쳐지는 것을 우려한 듯 CJ는 즉각 신동휘 부사장을 밀어내고 권인태 부사장(전략지원팀장)을 홍보팀장자리에 앉혔다. CJ홍보팀 관계자들 조차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인사내용을 접했을 정도로 신속했다.

1987년 제일제당에 입사한 이래 20년 이상 홍보실에서 근무해온 CJ그룹의 대표적인 홍보맨이라는 측면에서 의외라는 의견이 회사 안팎에 적지 않았다. 신 부사장의 발언을 '개인범위'로 한정 짓기 위한 CJ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읍참마속'식 행보를 CJ가 결행한 데에는 삼성그룹의 입장표명이 있었다.

◆ "회사가 바란 것 보다 너무 앞서 나간 것이 아닌가"

신 부사장의 언급에 대해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삼성 그룹이 조직적 차원에서 대한통운 인수에 참여했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재현-이건희 대결구도를 일축, 불편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 이건희 회장 역시 사석에서 이재현 회장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현 회장의 미간에 주름이 잡히는 대목이다.

CJ그룹 관계자는 "대한통운 인수전이 (신 부사장의 경질의) 배경이 아니겠냐"며 "삼성그룹과의 관계에 있어서 (신 부사장의 발언이) 회사 내부에서 바란 것 보다 너무 앞서 나간 것이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부사장의 공백에 따른 업무차질 우려에 대해서는 "권인태 부사장이 영업과 마케팅 쪽에 경험이 풍부해 대외 커뮤니케이션도 잘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은 이렇다 할 언급은 삼가고 있으나 '가족사'가 엮여 있는 탓에 봉합쪽으로 기울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대한통운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은 같은 날 오후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을 제치고 CJ그룹을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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