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쫓는' 냉풍기에 식중독균 우글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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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쫓는' 냉풍기에 식중독균 우글우글?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6월 22일 0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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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얼음 사용 각종 세균에 노출… "위생 유념해야"
   
 

직장인 A씨는 최근 갑자기 찾아온 무더위에 지난해 장만한 냉풍기를 창고 속에서 꺼냈다. 깨끗한 바람을 쐬기 위해 A씨는 기기를 분해해 청소하려 했으나 임의로 분해하지 말라는 경고문구가 제품에 붙어 있었다.

그대로 사용하기엔 기분이 찝찝했던 A씨는 물받이 쪽만이라도 청소를 하기 위해 분해를 시도했다. 하지만 구조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어렵사리 물받이 안쪽을 확인한 A씨는 경악했다. 온통 곰팡이투성이였기 때문이다.

A씨는 "더러운 물통에 물을 담아 바람을 쐬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화가 난다"며 "일반 소비자가 분해해 내부 청소를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데다 중소업체의 제품이라 A/S도 쉽지 않아 구매한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 냉풍기에서 식중독균 '바실러스 세레우스' 검출

갑작스런 무더위에 냉방가전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냉풍기'가 여름철 건강을 위협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1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냉풍기는 냉동실에 얼린 얼음이나 전용 냉각팩, 혹은 물을 통과한 공기를 이용해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낸다.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 가전업체들을 중심으로 주로 생산∙판매되고 있다.

이들 모두 선풍기 원리를 바탕으로 수분을 주 냉매로 사용한다. 에어컨 대비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고유가 시대에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A씨 사례처럼 위생관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냉풍기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개연성이다. 냉풍기를 통한 수분이 실내 습도를 높여 세균을 증식시키거나 위생관리가 소홀한 냉풍기 자체 내에서 세균이 뿜어져 나오는 등의 경우다.

실제 지난 2008년 경북 상주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냉풍기가 원인인 것으로 의심되는 집단 설사사고가 발생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당시 식중독균인 '바실러스 세레우스'가 냉풍기와 환자에게서 동시에 검출됐다며 관련성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청결상태 유지를 위한 분해가 제품 구조상 쉽지 않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상당수 업체들이 임의 분해에 대해서는 무상A/S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자체해결' 자체가 부담이다.

국내 정수기 업계에서 엿볼 수 있는 관리 방식, 즉 업체 측이 직접 주도하는 근거리 관리가 절실하나 짜임새 있는 관리망을 갖춘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용자들이 주의를 기울인다 하더라도 기술적인 한계에 부닥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 "이동식 냉방가전, 알러지 유발 물질 나올 수 있어"

동국대학교 의과대학장 임현술 교수는 "냉풍기나 에어컨 같은 이동식 냉방가전은 위생관리를 제때 해 주지 않으면 알러지를 일으키는 물질이 나올 수 있다"며 "차가운 환경에서 번식하는 네지오넬라균이 대표적인 예"라고 밝혔다.

그는 "레지오넬라균은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며, 냉방병으로 알려져 있는 레지오넬라증을 일으킨다"며 "다만 굉장히 많은 양의 균이 나와야 인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평소 사용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차원의 대책마련 주문이 적지 않다.

직장인 임모씨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전염병으로 인해 위생에 대한 관심이 소비자들 사이에 높아져 있는 상태"라며 "정부는 시장조사를 통해 위생에 취약하거나 청소가 여의치 않은 구조의 냉풍기를 선별해 판매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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