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에도 밀린 벤츠, 물량적체·리콜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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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에도 밀린 벤츠, 물량적체·리콜 '가시밭길'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8년 10월 29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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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벤츠 준중형 세단 C클래스.
▲ 메르세데스-벤츠 준중형 세단 C클래스.
[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지난달 화재 이슈에 시달리고 있는 BMW보다 낮은 실적을 최근 기록해 망신살이 뻗쳤다. 실적 부진 뿐 아니라 리콜 등 과제가 산적해 앞으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벤츠의 내수 판매량은 지난 9월 1943대로 수입차 업체 중 4위를 차지했다.

디젤 게이트 이후 2년여 기간 동안 국내 영업을 중단했다가 지난 상반기 영업을 겨우 재개한 아우디 코리아(2376대)와 폭스바겐 코리아(2277대)에 선두자리를 내줬다. 리콜로 차량 품질 논란의 중심에 선 BMW그룹코리아(2052대)에게조차 밀렸다.

지난 여름 대규모 리콜을 개시한 BMW의 기업 이미지가 추락함에 따라 벤츠가 국내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던 업계 전망이 무색한 판매부진이다. 

벤츠의 올해 1~9월 누적 판매량은 5만756대로 2위인 BMW(4만2962대)와 7794대의 격차를 보이며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기세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지난달 벤츠가 4위로 추락한 데에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각각 국내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급의 차종을 출시한 점이 일부 작용했다. 아우디의 경우 지난달 판매실적 중 94.6%에 달하는 2247대는 지난 몇 월 출고되기 시작한 준중형 세단 A3가 차지했다.

하지만 결정타로는 신규 배기가스 인증방식(WLTP)이 적용되면서 디젤차량 수입물량이 적체되고 있는 문제가 지목된다. 현재 세관을 거쳐 국내 판매 가능한 벤츠 차량 물량은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판매할 수 있는 재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 벤츠의 국내 판매 차종 중 디젤 모델 비중은 40% 정도로 가솔린 모델 비중보다는 낮지만 판매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은 실적 회복에 큰 장애 요소다.

리콜 이슈도 있다. 독일 현지에선 디젤 차량에 탑재된 요소수 관련 소프트웨어 조작 이슈가 불거져 돼 리콜이 진행 중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동일한 리콜이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벤츠 모그룹 다임러 그룹이 작년 7월 독일에서 벤츠 디젤 차량 300만대를 대상으로 배기가스 관련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의 리콜을 실시한 것과 관련해 조만간 국내에서도 조사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연비를 강화할 목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배기가스 성분인 질소산화물을 분해시키는 요소수 분사량을 줄인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독일에서 리콜 대상으로 지정된 차종 중 일부인 C200d, GLC220d 등 2종이 국내에 2만8000대 가량 판매됐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 6월 중순부터 해당 차종에 대한 요소수 조작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는 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리콜이 확정될 경우 벤츠는 BMW 사례와 같이 제품과 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상실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벤츠 한국법인의 경우 수입차 물량을 국내에 유통하는 역할만 맡고 있어 인증 절차나 조작 여부 검사와 관련해 손 쓸 방법이 없다. 당국의 인증 절차가 종료되거나 조작 여부에 대한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벤츠는 아직까지는 상황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WLTP 인증의 경우 실제로 진전이 이뤄지고 있어 인증 이후 신차 판매 개시에 따른 실적 회복이 시간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벤츠 관계자는 "WLTP 인증과 관련해 구체적인 시기를 예측할 순 없지만 최근 C클래스 부분변경모델의 인증이 완료돼 조만간 출시될 것"이라며 "신차가 순조롭게 판매되면 실적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벤츠가 요소수 조작 여부 검사와 관련해서는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선 이미 현지에서 개시된 리콜이 국내에서도 진행될 공산이 커진 만큼 당국 조치를 수용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벤츠가 이 같은 부정적인 이슈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벤츠가 국내 시장에서 구축해놓은 입지 덕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긴 어렵겠지만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벤츠 차량 인증 건은 BMW 차량 화재 사태와 비교해 탑승자 안전을 위협하는 등 고객에게 가해지는 직접적인 피해와는 거리가 있다"며 "이로 인해 BMW 사례와 같이 벤츠에 대한 잠재 수요가 다른 브랜드 모델로 이전하는 현상이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 조사에 따라 리콜이 국내에서 실시될 경우 기존 출고차량의 요소수탱크 용량을 늘려야 해 기존 고객이 일부 불편을 겪을 수 있고 단기적으로 손실도 발생할 것"이라면서도 "아직까지는 벤츠에 대한 대체재가 없다는 한국 시장 인식이 만연해 벤츠 실적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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