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0년을 내다본 기업인' 고 최종현 20주기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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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10년을 내다본 기업인' 고 최종현 20주기 재조명
  • 박준응 기자 pje@cstimes.com
  • 기사출고 2018년 08월 12일 13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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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현 고 SK그룹 회장(가운데)
▲ 최종현 고 SK그룹 회장(가운데)
[컨슈머타임스 박준응 기자]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현 회장이 별세한 지 26일로 20년을 맞는다.

SK그룹은 오는 24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최 회장의 20주기 행사를 열고 고인의 뜻을 기릴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행사에는 각계 인사 500여 명이 참석한다.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을 '무자원 산유국'으로 만들고,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세계 최초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을 상용화해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기반을 닦았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해 가난한 청년들을 조건없이 유학보내는 등 인재양성에도 힘썼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시절인 1997년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병마와 싸우다 1998년 8월 26일 69세의 일기로 삶을 마쳤다.

◆ "운만으론 큰 사업 할 수 없" 치밀한 준비로 꿈 실현

최종현 회장은 자본, 기술, 인재가 없었던 1973년당시 선경(현 SK)을 세계 일류 에너지·화학 회사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천명했다.

섬유회사에 불과한 SK가 원유정제는 물론 석유화학, 필름, 원사, 섬유 등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선언한 것인데, 많은 이들이 '불가능한 꿈'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최종현 회장은 장기적 안목과 중동지역 왕실과의 석유 네트워크 구축 등 치밀한 준비끝에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했다.

최 선대회장은 1983년부터 해외유전 개발에 나섰다. 성공확률이 5%에 불과해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뚝심있게 사업을 추진, 이듬해인 1984년 북예멘 유전개발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이 무자원산유국 대열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이후 1991년 울산에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제조시설을 준공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최종현 회장은 미래설계가 그룹 총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동향 분석을 위해 1984년 미국에 미주경영실을 세운 이유다. 이후 정보통신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최종현 회장은 미국 ICT 기업들에 투자하고 현지법인을 설립해 이동통신사업을 준비했다.

앞선 준비 끝에 1992년 압도적 격차로 제2 이동통신 사업자에 선정됐지만 특혜시비가 일자사업권을 자진반납했다. "준비한 기업에는 언제든 기회가 온다"고 내부를 설득한 최종현 회장은 실제로 2년 뒤 문민정부 시절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다.

◆ "인재 키워야 경제대국 발돋움" 일등국가 꿈꾼 재계리더

최종현 회장은 SK의 성장조차 불투명했던 1970년대부터 인재양성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비록 대한민국이 아직은 개발도상국이자 자원빈국 처지이지만 인재를 키우면 얼마든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최종현 회장은 우선 1972년에 조림사업으로 장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해개발(현 SK임업)을 설립했다. 1974년에는 사재를 털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500달러도 안되던 시절 '일등국가가 되기 위해선 세계적 수준의 학자들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최종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재단이다. 재단은 당시 서울 집 한 채 값보다 비싼 해외 유학비용은 물론 생활비까지 파격적인 지원을 했다.

재단은 44년간 약 3700명의 장학생을 지원했다. 그 중 약 740명이 해외 명문대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80% 이상이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최종현 경영철학, 최태원에 고스란히 이어져

최종현 회장이 항상 10년을 내다보고 준비한 끝에 SK를 직물회사에서 석유화학과 정보통신을 아우르는 그룹으로 성장시켰다면 최태원 회장은 2011년 하이닉스 인수 등을 통해 반도체와 바이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최태원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직후 "하이닉스가 SK 식구가 된 것은 SK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오랜 꿈을 실현하는 의미가 있다"면서 30년 전 최종현 회장의 못다 이룬 꿈을 언급했다. 최종현 회장이 1978년 미래 산업의 중심이 반도체가 될 것임을 예견하고 선경반도체를 설립했으나 전 세계를 강타한 2차 오일쇼크로 꿈을 접어야 했던 과거를 회상한 것이다.

최태원 회장이 1998년 취임할 당시 SK그룹은 매출 37조4000억원, 순이익 1000억원, 재계 순위 5위였으나 현재는 매출 158조원, 순이익 17조3500억원, 재계 순위 3위로 성장했다.

SK그룹은 최종현 회장20주기를 맞아 최종현 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기리고 있다. 구성원의 기부금을 모아 숲 조성 사회적기업인트리플래닛에 전달, 5만평 규모의 숲을 조성키로 했다. 오는 14일부터는 고인의 업적과 그룹의 성장사를 살펴 볼 수 있는 20주기 사진전을 주요 사업장에서 개최하고, 같은 달 24일에는 워커힐 호텔비스타홀에서 경영철학을 재조명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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