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차기 우리은행장 경선이 손태승 우리은행 글로벌부문장과 최병길 삼표시멘트 대표(전 우리은행 부행장)의 2파전으로 정리된 가운데 승기는 사실상 손 부문장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대표는 우리은행을 떠난 지 13년이나 된 데다 한동안 우리은행장직을 독점해온 상업은행 출신이라는 이유로 내부의 환영을 못 받는 분위기다.
◆ 한일은행 vs 상업은행
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26일 1차 면접을 진행해 손 부문장과 최 대표를 최종 면접 대상자로 선정했다.
손 부문장은 1959년 광주에서 태어나 1987년 한일은행에 입사했다. 2003년 우리은행 전략기획팀 부장을 거쳐 2010~2012년 우리금융지주 상무, 2014~2015년 우리은행 글로벌사업본부 집행부행장을 각각 지냈다.
2015년부터 올 2월까지 우리은행 글로벌그룹 그룹장을 역임한 뒤 현재까지 우리은행 글로벌부문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광구 전 행장 사임 이후부터는 은행장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최 대표는 1953년 대구 출생으로 1981년 상업은행을 통해 은행권에 발을 들였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합병으로 탄생한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에서 2000~2002년 답십리지점장으로 재직했고, 2002~2004년 우리은행 경영기획본부∙중소기업고객본부 집행부행장을 지냈다.
이후 금호생명(현 KDB생명)으로 자리를 옮겨 2005~2007년 부사장으로, 2007~2009년 사장으로 재임했다. 2010~2013년 삼표 사장, 2013~2015년 삼표산업 사장, 2015~2017년 동양시멘트 사장을 역임했다. 올해 3월부터는 삼표시멘트 사장으로 일해왔다.
당초 업계에선 최 대표의 이름이 최종 면접대상자 2인 명단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 최 대표의 깜짝 등장에 업계에선 잠시 '전략통' 간의 접전을 기대했다. 최 대표는 부행장직을 끝으로 은행권을 떠나서도 자력으로 일반 기업 대표이사로 재직해왔을 정도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 인물이어서다.
◆ 손태승 부문장으로 승기 기우는 듯
하지만 실상은 우리은행 내부에서부터 최 대표에 대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단 최 대표가 우리은행을 떠난 지 13년이나 된 만큼 내부인으로 보기 애매하다는 인식이 크다. 우리은행은 이번에 은행장 후보를 내부출신으로 한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5년 이내 우리은행 임원 재직' 요건을 없앴다. 이에 13년 전 떠난 최 대표도 후보가 될 수 있었다.
최 대표가 한동안 우리은행장을 독점해온 상업은행 출신이라는 점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우리은행은 상업-한일은행 출신이 은행장 등 요직을 번갈아 맡아왔다. 그러다가 이순우 전 행장에 이어 이광구 전 행장까지 최근 7년여 간 상업은행 출신 행장 체제가 이어졌다. 이에 차기 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이 해야 마땅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임원 후보 제의는 요건을 충족하는 인물들에게 예의상 하는 부분도 있다"며 "오래 전 떠난 대선배로서 그런 제의를 받으면 후배들 앞날을 위해 코멘트 정도만 해주고 고사하는 게 보통인데 본인이 직접 나서서 우리은행 내에서도 의아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승기는 자연스레 손 부문장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계파갈등 없이 잘 지내온 것이 사실이나 상업 출신이 7년 이상 은행장을 해온 민감한 상황에 13년 전 은행을 떠난 인물이 오면 갈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며 "글로벌 사업 추진이나 지주사 전환과 같은 현안을 중단 없이 이어가려면 현직 출신이 하는 게 좋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임추위는 손 부문장과 최 대표를 대상으로 오는 30일 심층 면접을 실시해 최종 은행장 후보자 1인을 선정, 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자는 다음달 29일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은행장으로 선임된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출신은행간 계파 갈등을 운운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임추위는 신임행장을 진정 우리은행을 국민과 주주 그리고 고객에게 신뢰를 주고 우리은행의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잘 판단하여 능력중심의 결정이 이루어져야 할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