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퍼포먼스…"제발 만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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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 퍼포먼스…"제발 만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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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욕현대미술관(MOMA)을 들어서면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벌거벗은 두 남녀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두 사람의 간격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 관객들은 민망하면서도 미묘한 표정으로 두 사람 사이를 간신히 통과한다.

바로 '행위예술의 개척자'로 불리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회고전이 열리는 장면이다.

1977년 아브라모비치가 연인이던 울레이와 함께 했던 작품 '측정할 수 없는 것(Imponderabilia)'을 젊은 무용가들이 재현하고 있다.

여러 남녀 무용가들이 순번대로 돌아가며 나체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이 작품에서 행위예술을 펼치던 윌 롤이라는 이름의 현대무용가가 수주 전 한 할아버지에게 봉변을 당한 사례를 다뤘다.

두 사람 사이를 통과하던 할아버지가 이 남성 무용가의 갈비뼈와 허리, 엉덩이를 더듬은 것이다.

이 할아버지는 무용가와 눈을 마주치면서 "느낌이 좋아? 젊은이"라고 말했다.

윌 롤은 경비원에게 시선을 던져 "이 사람이 나를 만졌다"고 신고하는 수 밖에 없었다.

자기 차례가 끝난 뒤 롤씨는 미술관측으로부터 이 할아버지의 회원권을 박탈하고 미술관 입장을 금지했다고 전해들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이 작품에 투입되는 또다른 무용가인 게리 레이는 부적절한 접촉사건으로 인해 관람객이 미술관에서 끌려 나간 사례가 최소한 3번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말했다.

아브라모비치의 작품은 오랜시간 벌거벗은 채로 앉아있거나 서 있고, 또는 누워있는 행위가 많아 관람객들이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관객 스스로 행위예술에 참가하도록 하기도 해 관객들이 예술의 짜릿함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예술의 성격이 이렇다보니 별의 별 관객들이 다 생긴다.

무용가의 팔을 둘러메고 어깨동무를 하는가 하면 무용가의 손을 뒤로 돌려 무언가를 만지도록 하기도 한다.

하이힐을 신은 한 여성 관객은 남성무용가를 너무 열심히 쳐다보다가 여성무용가 쪽으로 넘어지기도 했다.

행위예술을 두고 입방아를 찧는 관객들도 많다. 무용가의 몸매에 대해 칭찬하거나 비난하는 일도 많으며 무용가들에게 뭔가를 알려주는 사람들도 있다.

관광객들을 이끌고 온 한 여행사의 가이드는 여성 무용가의 몸에 난 상처를 보고 "제왕절개 수술 때문에 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수주 동안 이 행위예술에 참여했던 여성무용가 레베카 데이비스는 "관객중에 누군가가 부적절한 몸짓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미술관측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의 누드 퍼포먼스가 갖는 돌발적인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미술관측은 "경비원들과 아브라모비치, 예술에 참여하는 젊은 무용가들과 수시로 협의해 무용가들이 편안하게 행위예술에 참가할 수있도록 머리를 짜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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