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중소기업 기술 유용 대기업 철퇴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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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중소기업 기술 유용 대기업 철퇴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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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유용 사건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해 운영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공정위는 8일 당정 협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위한 기술 유용행위 근절 대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자료 요구∙유용이 끊이지 않아 산업 경쟁력과 기술 개발 유인이 크게 저해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공정거래 관련 법 중 하도급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등 중소기업 보호 대책은 강하게 구축돼 있다. 하지만 법 집행 조직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보복성 거래 단절 등을 우려한 기업들이 실제 신고를 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었다.

지금까지 기술유용, 부당 기술요구 등으로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사건은 각각 1건, 기술요구 서면 미교부도 3건에 불과하다.

이에 당정은 올해 말 공정위에 기술유용 사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기술심사자문위원회도 설치해 전문적인 법 집행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매년 집중 감시 업종을 선정한 뒤 신고보다 한발 앞서 직권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전담조직에는 변리사, 기술직 등 기술 전문 인력이 배치된다. 이 조직은 관련 직권사건뿐만 아니라 지방사무소에서 담당하고 있는 신고사건도 담당한다. 기술심사자문위원회는 전기∙전자, 기계, 자동차, 화학, 소프트웨어 등 5개 분과별로 총 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다.

내년 첫 번째 집중 감시 업종에는 직권조사 한시적 면제 기업이 많아 규제의 사각지대로 꼽혔던 기계∙자동차 업종이 선정됐다. 내년에는 전기∙전자∙화학, 2020년에는 소프트웨어가 각각 집중 감시를 받게 된다.

공정위는 해당 업종을 상대로 서면 실태조사를 벌이고 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에 대해 직권조사를 하기로 했다. 서면 실태조사는 기술자료 요구 여부 등에 한정됐던 기존과 달리 정당한 사유에 따른 요구 여부, 유용행위 발생 여부, 피해 규모 등이 추가돼 이전보다 더 촘촘해진다.

직권조사 면제 대상이었던 공정거래 협약 우수기업에 대해서는 앞으로 기술자료 요구∙유용에 한해 직권조사를 할 수 있도록 협약 기준이 바뀐다.

올해 협약평가에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공정위의 직권조사를 면제받은 기업은 총 66개사다.

기술유용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앞으로 과징금 산정을 위한 관련 매출액 산정이 어렵더라도 정액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고발 조치하는 등 제재 수위가 높아진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최대 3배' 손해배상 기준을 '3배'로 확대하는 안도 검토한다.

기술자료의 제3자 유출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지금까지는 대기업의 기술 유출 행위가 확인되더라도 유용 여부가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했다.

수급사업자에 1∼2% 내외의 최소한의 영업이익을 강제하는 도구로 악용됐던 원가 내역 등 경영정보 요구 행위도 금지된다. 중소기업이 적정한 기술 단가를 보장받아 혁신과 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원사업자의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참여하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공동 특허 요구 행위도 불법으로 규정된다.

'목적물 납품 후 3년'으로 규정됐던 조사 시효는 7년으로 확대된다.

거래 전 협상 단계에서 벌어지는 기술유용을 제재할 수 있도록 위법성 판단 기준이 완화된다. 기술자료의 비밀관리 요건 중 비밀 유지를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합리적 노력'으로 개선된다.

공정위는 이번 대책으로 기술유용으로 인한 기대이익보다 위법행위 제재에 따른 손해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하도급법 관련 내용을 개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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