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후분양제 '갑론을박'…이번엔 접점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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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후분양제 '갑론을박'…이번엔 접점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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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이후 13년만에 재점화…"취지 동의…지금은 시기상조"
   
▲ 지난해 서울 강남에서 분양된 한 아파트 견본주택 내부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주택 후분양제도 이슈가 13년여 만에 재부상했지만 이에 대한 관계당사자들간 견해차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전문가들은 후분양제의 장점에 공감하면서도 도입에 앞서 그 절차와 과정, 필요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건설사가 주택 공급 시 '후분양제'나 '선분양예약제' 중 한 방식을 택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주택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해 말 발의했다. 주택이 투기 대상이 되는 것을 방지하고 소비자 재산권을 지킨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더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오는 17일 발주하는 주택금융시스템 발전방안 연구용역에 '후분양제 도입의 장단점 및 시장 영향에 대한 분석'을 포함했다.

후분양제는 주택을 80% 이상 지은 이후 분양하는 주택공급 방식이다. 선분양예약제는 주택 청약에 앞서 예약을 받고 1~2년 뒤 본 계약 여부를 결정토록 하는 것이다.

국내에선 선분양제가 일반적이다. 선분양제는 주택보급률이 70% 남짓이던 1977년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됐다. 선분양제 하에서 건설사는 대지소유권을 확보하고 분양보증을 받으면 시공 전 분양이 가능하다. 시공 비용은 소비자가 단계적으로 부담하는 셈이 된다.

건설사들은 사업비 부담을 덜게 돼 최대한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다. 소비자는 일시에 목돈을 마련하지 않고 비교적 저렴하게 주택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투기와 공급과잉이란 부작용이 있다.

작년 수도권과 일부 지방 부동산시장은 투기의 장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양권 전매 차익을 노린 이들이 너도나도 집값의 일부만 쥔 채 뛰어들면서 비정상적인 과열 양상이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건설사들은 부지런히 '밀어내기'에 나섰다. 단기간 집중적으로 쏟아진 물량이 시장에 부담을 주면서 결국 공급과잉이란 탈이 났다.

후분양제가 재조명되기 시작한 배경이다.

앞서 후분양제는 참여정부 말인 2004년 한차례 공론화됐었다. 그러나 조달비용 증가와 분양가 상승, 건설업계 기반 약화 등을 이유로 건설사들이 반발하면서 이렇다 할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후 후분양제와 관련한 의미 있는 논의는 최근까지 없었다.

이번에도 업계에선 13년 전과 같은 이유로 강하게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중도금 60%로 공사하는 건데 이 돈을 갑자기 시장에서 조달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아파트를 한 곳씩 차례대로 짓는 것도 아니고 여러 사업장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부채 증가와 신용등급 악화, 조달비용 증가의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후분양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제도 도입에 앞서 당국이 일련의 제반 환경을 갖춰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사들이 재무·전략적 대책을 마련할 시간을 주는 한편 대체 금융시장을 키우고 정책 금융상품을 지원하는 등 방안이 거론된다. 참여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실장은 "장기적으로 후분양제를 지향해야 하는 건 맞지만 집단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건설업계가 어려운 이 시점에 도입하는 건 무리"라며 "건설사들이 후분양제를 감당할만한 재무상태와 사업능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등 준비 과정을 단계적으로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후분양을 제도로 강압하면 공급이 뚝 끊긴다든지 대형사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는 등 시장충격이 있을 수 있다"며 "건설사가 자발적으로 후분양을 늘리게 하려면 투자은행 형태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활성화하는 등 대체 자금조달 채널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한 논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분양제가 실제 투기나 공급과잉을 해소하는지, 소비자에게 궁극적으로 이익인지 등을 입증한 사례는 아직 없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식이 뭔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는 제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선분양제가 유지돼온 건 건설사와 소비자 모두 그로부터 이득을 봤기 때문"이라며 "한 방식을 강제하기보단 건설사가 지역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적합한 분양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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