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수입육 대출' 동양생명 가입·투자자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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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수입육 대출' 동양생명 가입·투자자 혼란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1월 06일 1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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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담보 평가 부실'...2800억 손실 '적신호'
   
 

[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동양생명(사장 구한서)이 2800억원 규모의 육류담보대출 사기에 휘말리면서 가입자와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쉽게 납득가지 않는 '이상한 대출'에 동양생명의 담보 평가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한서 사장이 공식 석상에 등장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실적 우려로 주가는 6거래일 연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작년 4분기 순이익 합산에 영향을 미쳐 그간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진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지난달 28일 육류담보대출 관리 과정에서 담보물에 부분적인 문제를 발견, 손실 가능성과 그 규모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육류담보대출은 소고기 등 냉동보관 중인 수입 육류를 담보로 이뤄지는 대출이다. 육류 유통업자가 수입 고기를 창고업자에게 맡기면 창고업자가 담보확인증을 발급하고, 유통업자는 이를 토대로 대출을 받는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동양생명의 전체 육류담보대출금액은 3804억원이다. 이 중 연체금액은 2837억원에 달한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동양생명은 거액의 연체 사실을 파악하고도 '늑장공시'로 투자자를 기만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7일부터 육류담보대출 사기에 관련해 동양생명과 함께 현장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동양생명은 지난달 28일 장 마감 후인 오후 6시32분 이 사실을 공시했다.

여기에 육류담보대출에 대한 대손충당이 불가피해져 2016년도 4분기 실적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3분기까지 2240억원의 누적순이익을 달성, 창사 이래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중국 안방보험으로 인수된 후 보장성보험 중심의 공격적 판매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보험업계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은 253.0%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육류담보대출 연체액이 3분기 누적순이익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한해 농사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동양생명의 담보 평가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있다. 금감원은 동양생명이 담보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대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논란이 증폭되자 구한서 사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투자자와 가입자를 위해 피해 축소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구 사장은 "현재 회사 체력으로 볼 때 이번 육류담보대출 피해로 예상되는 손실 금액은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주주인 안방그룹으로부터 6246억원 규모의 자본을 수혈 받는 등 재무상태가 향상되고 있어 이번 육류담보대출 피해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체 측 주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당장 당기순이익 하락이 확실시되는 데다 이번 사건이 전 금융권으로 확산될 여지가 있어 영향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 한승희 연구원은 "육류담보대출 연체금액은 2837억원으로 작년 3분기 누계 세전이익인 2369억원을 초과했다"며 "중복대출 등 타 금융권과의 담보권, 담보 순위 등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적으로 작년 4분기 50%의 대손충당금을 반영해 2016년도 실적 예상치를 46% 하향 조정한다"며 "4분기 예상 손실은 962억원"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강승건 연구원도 "동양생명 육류담보대출 규모가 3803억원으로 매우 큰 상황이며 일부 담보의 경우 타 금융기관에 추가 대출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손실 인식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동양생명 관계자는 "피해 규모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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